잘팔리는 차부터 반도체 공급…유연한 재고관리로 위기 대처 한 몫
아이오닉5·EV6 판매량 선전…미래차 경쟁력 확보 주효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완성차시장에서 판매순위가 두단계 성장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2년 연속으로 5위에 이름을 올렸던 것과는 큰 차이를 보여주는 결과다. 이는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반도체 수급난과 함께 난항을 겪은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유연한 재고관리와 위기대처 능력이 한몫을 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 현대차는 수도권에서 최초로 아이오닉 6의 실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아이오닉 6 서울’ 전시를 여의도 더현대 서울 1층 전시장에서 연다고 밝혔다. /사진=현대차 제공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에 329만대를 팔아 일본 토요타그룹(513만 대)과 독일 폴크스바겐그룹(400만 대)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뒤이어 르노닛산미쓰비시동맹(314만 대), 스텔란티스(303만 대)가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판매실적은 지난 2010년 미국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5위에 오른 뒤 12년 만에 기록이다. 다만 이번 기록은 상반기 판매량 순위 기준으로, 하반기까지 이어가기 위해서는 남은 기간동안 역시 총력을 다해야 될 것을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완성차 업체들은 반도체 공급 부족과 코로나 상황으로 들쭉날쭉 생산 차질을 빚었다. 현대차그룹이 상대적으로 공급망 관리에 선방한 것이 이같은 실적을 달성했다. 

이와 더불어 글로벌에서 인정받고 있는 상품성 높은 전기차가 미국과 유럽에서 선전한 것도 주효했다.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영원한 1등은 없다' 것을 자동차 업계에 직접 보여준 결과물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대차는 미래차 핵심인 전기차 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특히 자동차 강국인 유럽 주요국과 미국에서 현지 업체들을 제치고 판매량 1~3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유럽 친환경차 시장에서 점유율 11.5%로 3위를 기록했다. △폭스바겐그룹 △스텔란티스 다음이었다. 자동차 종주국인 독일의 전기차 시장에서도 1~7월 3위를 기록했다. 코나EV와 아이오닉5가 주도했다. 

다만 독일 전체 자동차 시장에는 △벤츠 △BMW △르노동맹에 밀려 6위였지만 미래차 시장에선 '빅3'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 영국 전기차 시장에서도 현대차그룹은 폴크스바겐·테슬라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개별 브랜드로 보면, 테슬라에 이어 기아가 2위, 현대차가 3위다. 기아의 니로EV, 현대차의 아이오닉5가 인기다. 

   
▲ 고성능 모델인 기아 EV6 GT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3.5초 만에 돌파한다.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사진=미디어펜


올 1~7월 스웨덴에선 기아 니로EV가 폴크스바겐·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판매 1위 모델이 됐고, 작년 10월 진출한 EV6도 빠르게 판매가 늘고 있다. 기아는 전기차 실적에 힘입어 스웨덴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볼보 다음인 2위에 올랐다.

미국본토 브랜드 테슬라가 독주하고 있는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서서히 높이며 2위자리를 입지를 굳히고 있다. 테슬라가 전체 70%를 자치하고 나머지 30%를 나눠야 하는 미국시장이지만 9%라는 점유율을 유지하며 꾸준히 저변확대를 도모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다. 

다만 미국의 정통 완성차 업체들인 빅3 △GM △포드 △스텔란티스를 제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문제는 상반기의 결과에 안주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하반기부터 미국브랜드들의 추격전이 격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특히 '인플레 감축법'을 통과시키면서 전기차 보조금 지급 요건에 '북미 조립'을 내걸었다. 세부적으로는 중국 원자재 사용도 금지하고 있어 미국 브랜드 모델도 전액의 보조금을 받을 수는 없는 상태다. 하지만 미국시장에서 자국브랜드들의 서포터하려는 성격도 존재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 역시 이 불리한 조건을 탈피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주력 전기차들을 생산할 공장이 2025년에 완공계획에 맞춰 그사이를 매울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여기에 미국 브랜드들이 자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춘 모델들이 등장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의 격변기 판이 요동치는 상황에서는 현대차그룹 역시 언제든 다시 밀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신모델과 함께 현재 출시되고 있는 모델들의 리스크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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