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형벌, 과태료로 전환하는 비범죄화…보충성·비례성 원칙에 따른 합리화
행정입법 367건 개선·국회입법 67건 국회 제출…'획일적 규제에서 차등화로' 네거티브 전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정부의 중요 역할은 민간이 더 자유롭게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정부는 규제개선 과제 1004건을 관리하고 있고, 이 중 140건은 법령개정 등으로 개선조치를 완료했다. 703건은 소관 부처가 개선조치 중이다. 제가 직접 규제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도약과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하게 혁신해나가겠다."

지난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기념 기자회견을 갖고, 규제 혁신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약속한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26일 오전 이 약속을 지키는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바로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 로봇전문기업 아진엑스텍에서 경제7단체장·규제개혁위원·민간전문가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주재했다.

   
▲ 8월 25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이 충남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날 회의에는 대한상공회의소(최태원)·전국경제인연합회(허창수)·한국경영자총협회(손경식)·중소기업중앙회(김기문)·한국무역협회(구자열)·한국중견기업연합회(최진식)·벤처기업협회(강삼권) 모두 참석해 윤 대통령의 규제혁신 의지에 힘을 보탰다.

윤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경제단체장들과 지난 3월 처음 만났을 당시 언급한 '규제의 모래주머니'를 다시 한번 더 강조하고 나섰다. 정부 법령 한 줄, 규제 한 건이 기업들에게 생사의 문제가 된다는 점을 정확히 지적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규제 혁신에 대해 "이념과 정치의 문제가 아닌 민생과 경제의 문제"라며 "재정으로 만든 억지 일자리가 아니라 규제 혁신이 만들어 내는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 민생과 경제를 살리겠다"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진정한 혁신은 자유와 창의에서 나온다는 철학을 갖고 규제혁신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며 "객관적 데이터와 과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 질서유지에 필요한 합리적 규제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규제혁신에는 지방자치단체와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지자체와 규제 관련 상시적 협력을, 국회에는 의원입법에도 정부입법과 동일하게 '규제영향분석'이 도입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대적인 규제 혁신에 나선 윤 대통령이 구체적 해법으로 제시한 것은 총 3가지다.

먼저 기업들 애로사항이 허다한 환경규제 분야다. 이는 4가지 세부 기준으로 구성된다.

허용된 것 말고 전부 금지하는 닫힌(Posotove) 규제에서 금지된 것 말고 다 허용하는 열린(Negative) 규제로의 전환이다.

법률이나 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기조로 해서, 기존 획일적 규제에서 위험에 비례하는 차등적 규제로 전환한다. 위험도에 따라 화학물질 규제 수준을 달리해서 현장 이행력, 현실 가능성을 올리겠다는 취지다.

또한 일방적인 명령 지시형 규제가 아니라 쌍방향 소통 및 협의형 규제로 바꾼다. 화학물질·폐기물에 대한 유사·중복 규제를 일원화하고, 모호한 규정은 명확하게 정비한다.

탄소중립 및 순환경제와 같은 글로벌 환경규제를 '혁신 유도형'으로 개선해 나간다. 민간 혁신을 이끌고 현장 적용성을 높이는 방법을 적용해 품질 개선을 꾀한다는 복안이다.

두번째 해법은 경제 관련 법률의 과도한 형벌을 최대한 푸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앞으로 국민의 생명 안전 등 중요 법익과 관련성이 적은 단순 행정상 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형벌을 과태료로 전환하는 등 비범죄화한다. 또한 형벌 필요성을 인정할 경우 보충성 및 비례성 등 원칙에 의거하여 합리화할 예정이다.

기존 행정제재로 충분히 입법목적 달성이 가능한 경우 해당 형벌을 폐지하고, 형벌 조치가 불가피하더라도 행정제재를 우선 부과하고 이를 불이행하면 형벌을 부과한다.

처벌이 과도하거나 책임 정도에 비례하지 않는 불합리한 형량을 조정하여 합리화하는 것도 이번에 제시된 세부 해법 중 하나다.

   
▲ 8월 24일 열린 제2차 거시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마지막 세번째 해법은 연내 법률 개정 등 '직접적인 시행' 그 자체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현재 39개 부·처·청이 총 749건의 규제혁신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 중 시행령 이하의 정부 행정입법 과제가 538건, 국회의 법률 개정 과제는 211건이다. 정부는 올해 내 완료하는 과제 목표를 전체의 58%인 434건으로 잡고 있다.

행정입법 과제 538건 중 367건(68%)은 연내 개선 완료할 계획이다. 이 규제혁신이 현장에서 즉각 활용되도록 지방자치단체와 법령 정비사항을 공유해 관련 조례도 즉시 제·개정되도록 할 방침이다. 

국회입법 과제 211건 중 67건(32%)은 올해 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민생 관련 법안은 국회 민생경제안정특위에서 신속하게 논의할 계획이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가 필요한 대목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이해갈등이 야기되는 과제들의 경우 충분한 이해관계자 소통을 통해 합리적 규제대안을 만들어 나가고, 법령 개정이 필요한 경우 여야 협의를 통해 입법 여건을 조성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첫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철저하게 현실의 문제"라며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적 규제를 풀고 고치고 혁신하는 것이야 말로 성장 동력을 찾고 미래세대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옥죄는 규제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민간 주도로 규제 혁신이 추진되어야 한다,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규제심판제도를 통해 민간이 규제 개선 의사결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여러차례 강조한 윤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질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민생과 기업을 위해 제대로 돌아가고 현실에 맞는 합리적 규제로 전환해야 지금의 경제위기 난국을 헤쳐나갈 길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