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층간소음연구소' 설립…신규 기술 개발 박차
전문 연구시설 '래미안 고요안랩' 개관…실증 연구 가능
"조속한 시일 내 최고 등급 1등급 성능 기술 상용화"
정부가 층간소음 잡기에 나섰다. 지난달 사후확인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한 데 이어 같은 달 두 차례에 걸쳐 층간소음 대책을 발표하는 등 해결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건설업계도 정부 정책 변화를 계기로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은 사라질 수 있을까. 각 건설사들의 강화된 층간소음 기준 대응 방향과 관련 기술개발 현황을 짚어봤다.[편집자주]

   
▲ 래미안 고요안랩 전경./사진=삼성물산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삼성물산은 층간소음 문제 해결에 진심이다.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최초로 층간소음 전문연구소와 연구시설을 건립했다. 업계 및 학계와 협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등 근본적인 층간소음 문제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20년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층간소음연구소를 신설했다. 삼성물산 ENG센터 산하에 석박사급 인력 10여명으로 구성된 층간소음연구소는 부사장급인 ENG센터장이 연구소장을 맡았다.

층간소음연구소는 층간소음 원인과 현황 분석을 시작으로 재료와 구조, 신공법 등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과 솔루션 확보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역할을 맡았다. 확보된 기술은 실험과 검증을 통해 공동주택 건설현장에 단계적으로 적용해왔다.

이승식 삼성물산 층간소음연구소 부소장은 “층간소음 문제가 단순히 주거 성능 이슈가 아닌 사회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 문제 해결의 주체로서 기업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층간소음연구소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 삼성물산 직원이 중량충격음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삼성물산


◆층간소음 기술 개발 박차…차단성능 1·2등급 기술 확보

삼성물산은 층간소음연구소 설립 이후 층간소음 원인과 현황 분석부터 재료와 구조, 신공법 등 층간소음을 저감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솔루션 확보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 결과 설립 3개월 만인 지난해 3월 층고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바닥슬래브 두께를 높여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인 ‘슬래브 두께 변화를 통한 바닥충격음 저감 공법’을 개발했다.

이 공법은 기존 210㎜ 바닥슬래브에서 특정 부분 슬래브 두께만 250㎜로 높이는 기술이다. 전체 바닥슬래브 두께를 높인 것과 유사한 층간소음 저감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이 공법 적용 시 바닥슬래브 전체를 250㎜로 높여 얻을 수 있는 진동과 소음 저감효과의 약 90%를 구현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바닥 구조 전체 두께에는 변화가 없어 건물 층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데 의의가 있다.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해온 삼성물산은 국가공인기관으로부터 향상된 층간소음 차단성능을 인정받았다. 지난 3월 중량충격음 차단성능 1등급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국가공인시험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인증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중량충격음 차단성능 1등급은 아래층에 전달되는 소음이 40데시벨 이하일 때 받을 수 있다. 위층에서 강한 충격이 발생해도 아래층에서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성능을 의미한다. 특히 이 차단 기술은 실험실이 아닌 실제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강남과 부산 지역 래미안 공사 현장에서 실증을 통해 확인됐다.

이 부소장은 “지난 2년간 층간소음을 차단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해온 결과 중량충격음 차단성능에 대해 4개의 1등급, 3개의 2등급 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 래미안 고요안랩 체험존에서 직원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삼성물산

◆국내 최초 전문 연구시설 설립…업계 내 협업 강화

삼성물산은 올해 8월부터 시행되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에 대비해 ‘실증’에 주안점을 두고 이를 준비해왔다. 그 결과 지난 5월 층간소음에 대한 직접 체험과 관련 기술에 대한 이해·연구·실증까지 가능한 층간소음 복합 연구시설 ‘래미안 고요안랩’을 개관했다.

래미안 고요안랩은 연면적 2380㎡,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 층간소음 전문 연구시설이다. 층간소음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비롯해 층간소음 저감 기술 연구와 실증이 이뤄지는 10세대의 실증 세대로 구성됐다.

실증 세대는 일반적인 벽식 구조를 비롯해 기둥식 구조, 혼합식 구조, 라멘 구조 등 4개 주택 구조를 적용했다. 여기에 일반적인 아파트에서 사용되는 바닥슬래브 두께 210㎜를 비롯해 250㎜, 300㎜ 등을 적용해 슬래브 두께에 따른 바닥충격음 차이를 체험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부소장은 래미안 고요안랩에 대해 “재료와 공법, 그리고 구조별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상 층간소음 차단 기술이 개발되면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에 목업을 설치하고 최종적인 성능을 측정한다”며 “이 경우 현장 공정과 겹치지 않아야 하고 주변 소음이 매우 작은 환경에서 측정이 이뤄져야 하므로 개발된 기술의 성능 검증에 많은 제약과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래미안 고요안랩은 현장과 동일하게 만들어진 10개의 실증 주택으로 구성돼있기 때문에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층간소음 차단 기술 개발부터 검증까지 가능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삼성물산은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층간소음 저감기술을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3사 경영진은 심각한 사회 문제인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서는 업계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층간소음 저감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해 신속하게 현장에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3사는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축적해온 층간소음 저감 기술과 데이터 등 핵심 역량을 상호 간 공유하고 내년 말까지 최적의 층간소음 저감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 부소장은 “각 사간 강점을 한데 모아 층간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래미안 고요안랩 기술존에서 직원이 설명하고 있다./사진=삼성물산

◆층간소음 관련 정책 강화…"1등급 성능 기술 상용화 목표"

정부가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시행과 함께 관련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삼성물산도 이에 맞게 연구개발 과정에 변화를 가져가고 있다. 다양한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차단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몰두할 계획이다.

이 부소장은 “사후확인제도 시행에 따라 공동주택 사용검사 단계에서 일부 세대에 대해서 층간소음 성능 만족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며 “성능 확인을 위해 선정된 세대는 면적, 평면 구성 등에 있어 각기 다른 조건을 가지게 되므로 이러한 다양한 조건에서도 요구되는 성능을 만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따라서 개발된 기술을 다양한 조건에서 테스트해 안정적인 성능이 나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업그레이드를 추진 중에 있다”며 “개발된 기술별로 다양한 파생기술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골조 배치 및 평면 배치를 변수로 해 층간소음 저감 특성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은 지속적으로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바닥구조 개발에 몰두하는 한편 근본적으로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업계와 협력해 연구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이 부소장은 “지난달부터 시행 중인 층간소음 성능 사후확인제 및 강화된 층간소음 등급 기준에 부합할 수 있는 바닥구조 개발을 지속 추진 중에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최고 등급인 1등급 성능 기술 상용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층간소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건설업계는 물론 산업계, 학계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을 지속 확대해나갈 예정”이라며 “층간소음 저감 기술과 솔루션을 공개해 관련 기준과 정책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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