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사이클 이어갈 자금 적기 투입이 경영정상화 열쇠
'경영자의 마지막 각오' 외친 곽재선 회장 의지에 기대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쌍용자동차 토레스가 출시 두 달 만에 계약대수 6만 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뿜으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런 토레스의 흥행은 쌍용차를 기사회생으로 연결하기 위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다만 신차 사이클 주기로 볼 때 토레스로부터 배턴을 이어받을 신모델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지난 1일 취임한 곽재선 쌍용차 회장의 경영정상화 의지에 귀추가 집중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곽재선 회장은 "경영자의 마지막 각오로 혼신의 힘을 다해 여러분과 함께 건강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각오와 함께 쌍용차 회장으로 취임하고 본격적인 자동차 회사 수장으로서의 역할 수행에 들어갔다. 

   
▲ 곽재선 쌍용자동차 회장. /사진=쌍


앞서 경기화학(현 KG케미칼)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의 M&A(인수합병)를 통해 KG그룹을 일으킨 그가 쌍용차를 인수해 정상화시키는 것을 마지막으로 경영자로서의 소임을 마무리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곽 회장이 진행한 M&A 들 중 쌍용차의 덩치는 월등히 크다. 그룹 편입 이후 경영정상화를 통해 안정적인 계열사로 자리 잡는다면 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킨 성공적인 M&A로 기록될 수 있다. 하지만 적자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다른 그룹 전체에 부담을 준다면 '승자의 저주'라는 낙인이 찍힐 수 밖에 없다. 

이번 M&A는 성공이든 실패든 곽 회장 체제에서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 

쌍용차는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뀐 기업이다. 쌍용그룹에서 탄생해 대우그룹, 중국 상하이자동차, 인도 마힌드라까지 여러 대주주를 거쳤지만 어느 곳도 성공적인 M&A로 평가받지 못했다.

그룹 내에서 세컨드 브랜드 취급을 한 곳도 있었고, 기술만 빼먹고 '먹튀'를 한 곳도 있었다. 또 별다른 지원 없이 알아서 회생하기만 바란 곳도 있었다.

완성차 기업은 '신차 사이클'이 이어져야만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쌍용차에 긍정적인 바람을 몰고 온 것은 신차 '토레스'다. 출시 두 달 만에 6만 대의 계약물량을 확보하며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신차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희석된다. 아무리 인기가 좋은 차도 1년이 지나면 인기가 시들해지고 모델노후화가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장의 토레스 인기에만 신경쓰면 다시 부진에 늪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완성차 시장이 전기차로 급전환되고 있는 만큼 쌍용차라는 브랜드의 관심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새로운 신차가 추가로 등장해야 된다. 

이에 필요한 것이 토레스 전동화 모델이나 컨셉트 디자인으로 존재하는 코란도 후속 KR10, 렉스턴 스포츠를 대체할 전기 픽업 등 신차가 꾸준히 투입돼야 한다. 이를 통해 신차효과를 이어갈 수 있고 비로소 경영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

신차 개발에는 수천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아직은 진입 초기 단계인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신차를 내놓으려면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도 있다. 

기존 인기 모델의 판매를 통해 거둔 수익으로 신차 개발비를 확보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구조다. 하지만, 쌍용차는 아직 그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고, 현재 흥행중인 토레스는 동급차종 중 저렴한 가격대의 가성비 모델로 박리다매를 해야 수익성이 보장되는 성격이 짙다. 

앞서 티볼리의 선전에도 큰 성과를 보이지 못했던 모습이 재연될 수도 있다. 이런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신차 사이클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만들 수 있는 '마중물'이 필요하다. 

그동안 쌍용차의 이상적인 새 주인으로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기업'이 거론된 것도 그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쌍용차의 인수자로 KG그룹으로 선정됐을 때 일부에서는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KG그룹의 재계 순위는 쌍용차 인수 이전 기준 71위였다. 자금력에 의문이 있는 게 사실이다. 곽 회장도 쌍용차 인수 이후의 운영자금 투입 계획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다만, 곽 회장이 직접 쌍용차의 회장자리를 맡았다는 점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로는 해석할 여지가 있다. 

문제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시기적절하게 신차를 출시할 수 있느냐에 따라 쌍용차의 기사회생 여부가 갈린다는 것이다.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과감한 투자를 요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로 전환을 앞두고 있는 만큼 더 많은 투자가 절실하다. 

이미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글로벌 톱 메이커와 친환경차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한국지엠은 글로벌 GM과 르노코리아는 본사 차원에서 친환경차 R&D를 집중키로 했다. 

상대적으로 쌍용차의 친환경차 전략은 더디다. 내년 하반기 중형 SUV 전기차 'U100(프로젝트명)'을 출시하고 코란도의 후속작으로 평가되는 'KR10' 프로젝트와 전기 픽업 모델을 2024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미 국내외 시장에서 세력을 강화하고 있는 현대차그룹과 해외 자본의 GM과 르노에 비하면 경쟁력에서 늦다. 동종 경쟁업체들이 전동화 비즈니스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곽 회장 또한 쌍용차 친환경차 전략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쌍용차가 보유한 전기차는 사실상 코란도 이모션 단 한 개에 불과하다"며 "쌍용차가 전기차 라인업의 다양화와 전반적인 전동화로 전환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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