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UAM·자율주행 등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기술은 목적이 아닌 인간을 위한 수단
이동의 무한 진화, 상상의 현실화
오는 14일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정식으로 그룹수장으로 오른지 만 2년이 되는 날이다. 수석부회장시절부터 실질적인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던 정의선 회장은 본격적인 그룹 내 체질개선에 돌입했고, 지속가능한 미래먹거리 마련에 힘썼다. 정 회장은 외형적 성장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과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런 전략은 현재까지 많은 성과를 내며 호평을 받고 있다. 다만 지배구조 개편과 기반이 다져진 미래성장동력의 활성화 등 정 회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있다.<편집자 주>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지난 2년 동안 보여준 그룹사의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행보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 관련 사업을 영위했던 현대차그룹이 로봇, UAM, 수소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트렌드 리더로서 성장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정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인류의 진보를 약속하고 새로운 이동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기반으로 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랙터 앞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정의선 회장은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은 로봇과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자율주행, 수소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이미 입지를 굳히고 있는 전기차 분야를 비롯해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로보틱스 활용한 인류진보
정 회장은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 분야로 로보틱스를 선택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0년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하기로 하고, 지난해 6월 M&A를 완료했다. 

보스톤 다이내믹스는 앞서 출시한 4족 보행로봇 스팟(Spot), 연구용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개발하는 등 로봇 운용에 필수적인 자율주행(보행), 인지, 제어 등 종합적인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내 조직인 로보틱스랩도 웨어러블 로봇, AI서비스 로봇, 로보틱 모빌리티 등 인간과 공존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로보틱스는 기술 자체가 목적이 아닌, 오로지 인간을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의 연장 선상이다.

로보틱스랩은 의료용 착용로봇 '멕스(MEX)'와 함께, 생산현장에서 고개를 들고 장시간 근무하는 작업자를 보조하는 착용로봇 '벡스(VEX)', AI서비스로봇 '달이(DAL-e)', 로보틱 모빌리티 '아이오닉 스쿠터' 등을 공개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협력해 스팟을 활용한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을 개발,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실증사업을 운영 중이다.


◇UAM통해 이동영역 확장

정 회장은 이동공간을 하늘로 확장하는 UAM 대중화 기반도 다지고 있다. UAM은 현대차그룹의 지향점인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이란 인류의 꿈을 실현하는 중요한 축이다.

정 회장은 사내 UAM사업부 관계자들에게 "인류가 원하는 곳으로 스트레스 없이 갈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서비스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UAM사업을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 현대건설, KT, 대한항공 등과 함께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업무협약식을 열고 국내 UAM의 성공적 실현, 생태계 구축 및 산업 활성화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5개사는 △UAM 생태계 구축 및 사회적 수용성 증대 활동 협력 △UAM 산업 활성화를 위한 공동 노력 수행 △UAM 사업 협력 로드맵 공동 추진 및 실증사업 협력 △ K-UAM 로드맵 및 UAM팀코리아 활동 공동 수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UAM 생태계 구축은 크게 △기체 개발 △운용 △인프라 구축 등으로 나뉜다. 현대차그룹이 추진한 이번 협약에 따라 각 사는 전문성을 발휘해 중점 사업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 2030년대에는 인접한 도시를 서로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활용해 독보적인 효율성과 주행거리를 갖춘 항공용 수소연료전지 파워트레인 개발도 추진한다.

   
▲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기술을 접목해 만든 차세대 이동수단 타이거는 걷는 자동차이다. /사진=현대차그룹


UAM 이착륙장 관련 협업도 진행 중이다. 서울시와의 업무협약을 비롯해 LA 등 미국 주요 도시, 싱가포르 등과 신규시장을 열기 위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UAM 법인 설립, 항공우주 기술 개발 전문가 영입 등 조직도 확대하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기술로 고객의 새로운 이동경험을 실현시키겠다는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서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과 공동 개발한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를 독일 뮌헨 IAA 모빌리티에서 공개했다. 모셔널은 글로벌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와 협력해 2023년 아이오닉5 로보택시를 활용한 완전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한다.

모셔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네바다주에서 업계 최초로 무인 자율주행 테스트 면허를 취득,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의 핵심 분야로 전기차, 수소전기차 중심의 전동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차량 전동화는 이동수단의 진화를 넘어 기후변화 대응 및 미래 에너지 전환의 실질적인 해법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 융합으로 자동차를 경험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하고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동의 진화를 통해 인류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한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에너지 수소 생태계 구축 앞장

이 밖에도 정 회장은 수소경제 수립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를 통해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수소비전 2040'을 공개한 바 있다.

정 회장은 2020년 취임 직후 첫 공식 행보로 국내 수소경제 컨트롤 타워인 수소경제위원회 회의에 참석했고, 지난해에는 국내 기업의 수소 사업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민간 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출범을 주도했다.

또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협업관계도 구축해 나갔다. 정 회장은 수소를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판단하고 수소사회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해 있었던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정 회장은 기조 발표자로 나서 그룹의 '수소비전 2040'을 공개했다. 정 회장은 그룹 차원의 수소 사업을 넘어 한국의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는 작업도 이끌었다. 국내 수소 기업 협의체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설립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공식 출범한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현대차, SK, 한화, 포스코, 효성 등 15개 기업이 참여한 민간기업 협의체다. 정 회장은 SK, 포스코, 효성과의 논의로 설립을 본격화하는 등 수소 기업협의체 출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수소 산업은 크게 수소 모빌리티, 수소 에너지, 수소 운송·저장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수소를 만드는 것부터 옮기고, 충전하고, 활용하는 등 경제적으로 파생되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한국은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서 앞서있지만, 에너지와 운송·저장 분야의 발전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회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소와 연관된 기업을 하나로 모아 협의체 구성을 주도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사전행사로 열린 탄소 중립 실천 특별 세션에 참가해 직접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지난 2022CES에서 로보틱스 비전 발표를 위해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위로 등장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그는 "발전, 제조업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운송부문에서 탄소 중립 실현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전동화"라며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분야를 선도하고 있고 청정 모빌리티 솔루션을 통해 탄소 중립 실현에 적극 나서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장기적인 로드맵에 따라 자동차 제조, 운영 및 폐기 등 전 과정에서도 탄소 중립을 달성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순환경제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의 구체적인 탄소 중립 계획은 정회장이 출범을 주도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앞장섰다. 정 회장은 지난해 온라인으로 제네시스의 새로운 전동화 비전을 발표하며 2035년 그룹사 최초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제네시스는 2030년까지 총 8개의 모델로 구성된 수소 전기차와 배터리 전기차 제품군을 완성하고, 세계 시장에서 연간 40만 대까지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사실상 2030년부터는 내연기관차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현대차도 탄소 중립 대열에 합류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에서 '2045년 탄소 중립' 구상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완성차 중 전동화 모델의 비중을 2030년까지 30%, 2040년까지는 8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또한, 세계에 있는 현대차 사업장의 전력 수요 90% 이상을 2040년까지, 100%를 2045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충족하겠다고도 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