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9·19 군사합의 위반에 '대화'·'규탄'외 뚜렷한 대안 못내
민주, '친일'에 맞선 국힘 '병역' 프레임…선명성 경쟁도 밀려
불리한 대북 리스크에 여당 ‘무한 책임’ 민생으로 판 갈이 시도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안보 문제로 정부여당을 질타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대여투쟁 노선을 ‘민생’으로 급전환하고 있다. 북한의 연이은 무력도발로 대북 리스크가 커짐에 따라 논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시도로 관측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근 ‘친일 국방’ 발언을 시작으로 정부여당을 향한 안보 공세에 수위를 올렸다. 하지만 북한 리스크가 쟁점으로 떠오르자 안보 공세를 축소하고 민생을 거듭 강조하는 모양새다.

북한의 무력도발을 강하게 비판할 경우 여당이 주장 한 ‘전 정부 책임론’으로 논쟁이 확산될 수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북의 무력도발에 규탄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어 안보를 주제로 논쟁을 펼치기엔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안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친일’ 프레임 맞선 ‘병역’ 논쟁…피하고 싶은 안보 무감각 ‘질책’

여당의 ‘병역’ 공세도 민주당 입장에선 피하고 싶은 문제다. 이재명 대표가 ‘친일’ 공세를 시작한 후, 북한 발 안보 문제가 급부상하자 여당에선 ‘병역’ 프레임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제1야당 대표가 국방지식이 부족해 안보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도 친일 프레임으로 정쟁을 일삼았다는 주장이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이 대표를 향해 “병역 미필, ‘국방에 ㄱ자도 모른다”며 원색적으로 비판한 것을 시작으로 성일종 의원도 “국방에 공부가 안된 분”이라며 병역 문제를 부각했다.

현재 여야 지도부의 병역 유무가 대비되는 만큼 병역을 강조하는 것이 친일 프레임만큼 효과적 수단이란 판단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인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수경 만기전역)을 비롯해 주호영 원내대표(육군 법무관 대위전역), 성일종 정책위의장(육군 ROTC 중위전역) 등이 국방의무를 모두 필했다는 자신감이 그 바탕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 당 대표를 비롯 박홍근 원내대표,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물론 정청래 수석최고위원까지 병장으로 만기전역 한 인원이 전무하다. 이들 중 군 경험은 김 정책위의장(일병 만기전역)이 유일하다. 

민주화 운동 또는 건강 등 사유가 있으나, 결과적으로 군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엔 변함없다. 그러다 보니 ‘미필’이라는 여당의 공세에 속수무책이다.

   
▲ 2022년 9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방위원회 위원이 군의 대잠 훈련 일정을 SNS에 무단으로 노출해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사진=안규백 의원 SNS


병역 프레임이 안보 정쟁의 발목을 잡는 가운데, 국방과 관련해 무기력한 모습을 연출한 것도 전략 수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국방과 안보에 대해 다양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군의 발전과 개선을 이끌겠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전문성 부족’으로 군 사기만 저하시켰다는 탄식을 샀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19일 “윤석열 정부가 군 장병 의복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며 “비정한 정부다. 선배 장병이 제대하면 신발 물려받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다”며 국방예산 삭감을 대대적으로 비판했다. 

국민적으로 민감한 주제인 군 장병 복지를 거론해 윤석열 정부의 경제 기조인 ‘초부자감세’를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군 예산 삭감은 물품 계약이 수의계약에서 입찰 경쟁으로 전환돼 납품 단가 인하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군의 예산 절감을 격려하지 못할망정 정쟁으로 활용했다는 비난만 샀다. 

더욱이 지난달 28일에는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이 한미일 훈련을 정쟁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인 SNS에 훈련 일정을 무단으로 노출시켰다. 대잠수함 훈련은 상당한 보안이 요구되는 훈련으로 국방위원회 위원장이 군 보안을 고의로 노출한 것은 ‘안보에 무감각’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연이은 안보 ‘헛발’은 여당의 ‘미필’ 공세의 빌미를 제공했고, 결국 안보 경쟁에서 설득력을 잃어 논쟁 이탈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결집하는 보수 지지층…어쩔 수 없는 로우키(Low-key) ‘고육지책’

더욱이 이 대표의 ‘친일 국방’ 주장이 적절했는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는 것도 부담이다. 대북 리스크가 확산돼 한미일 연합훈련이 ‘친일’ 행위라는 주장에 동의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부터 안보 이슈는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켰던 매개체다. 안보 이슈가 커질수록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는 셈이다. 

실제 대북 이슈가 부각된 후 하락세를 나타내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2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여론을 조사*한 것에 따르면 10월 2주 차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33.1%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도 36.3%로 지난주(35.2)대비 1.1% 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민주당은 46.4%로 지난주(49.2%)대비 2.8% 포인트 하락했다. 대북 리스크가 부각됨에 따라 보수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다.

보수 지지자들의 결집은 이 대표의 안보 공세 효과가 지속될 수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에 민주당의 안보 정쟁은 ‘규탄’이란 저자세로 대응하며 마찰음을 줄여 보수층 결집을 최소화하는 것이 차선으로 파악된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월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판을 바꿔라, 선택과 집중…여당 무한책임 민생 공략이 ‘해결책’

안보 정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자 이재명 대표는 “경제를 챙겨야 합니다. 민생을 정부가 책임져야 합니다. 정치가 책임져야 합니다”며 또다시 민생을 꺼내들었다. 윤석열 정권이 외교력, 경제 위기 대응력 등 민생고 대처에 미흡하다고 비판받는 것을 공략하려는 취지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대선과 지선에서 연패하며 침체기를 겪었음에도 ‘민생’을 강조한 덕에 지지율을 빠르게 회복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에 민생으로 맞서는 것은 이미 검증된 방법인 셈이다.

게다가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으로 민생은 국민들의 최우선 관심사가 됐다. 불리한 안보 정쟁을 무력화하기도 충분해 보인다.

따라서 안보라는 불리한 환경에서 논쟁을 펼치는 것보다, 정부여당이 무한 책임을 가지고 있는 ‘민생 문제’로 공세를 전환하는 것이 정쟁에서 승기를 잡을 ‘해결책’이란 분석이 뒤따른다.


*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했다. 2022년 10월 11일부터 14일까지 4일간 조사를 실시했고,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2014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조사방법은 전화조사원 인터뷰로 유선전화면접 3%(유선전화번호 RDD 랜덤 생성한 번호 중 추출) 및 무선전화면접 97%(무선전화번호 RDD 랜덤 생성한 번호 중 추출)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 포인트다. 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여론조사결과 현황 게시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