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특검 조건부로 25일 시정연설 보이콧 시사…24일 윤 "추가조건, 들어본적 없다" 일축
윤, '이재명 위기' 호재지만 감세 등 쟁점법안·정부조직개편·내년 예산안 발목 잡힐듯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거기에 무슨 추가 조건을 붙인다는 것은 제가 기억하기론 우리 헌정사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대통령의 국회 출석 발언권과 예산안이 제출되면 시정연설을 듣게 돼 있는 국회법의 규정이다. 여야 합의로 (시정연설이) 25일로 일정 정해졌다."

'국회 시정연설 보이콧'을 조건부로 내걸고 더불어민주당이 대장동 특검 수용 및 대통령 사과를 요구한 것에 대해 24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출근길에 밝힌 입장이다.

윤 대통령의 이날 입장은 기존 합의에 따른 원칙을 내세운 것으로, 민주당 요구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읽힌다. 법과 여야의 기존 합의대로 시정연설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사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55)이 지난 22일 구속되면서 급변하고 있다.

민주당 불법 대선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지난 대선을 치른지 7개월 만에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

   
▲ 10월 24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검찰이 향후 최대 20일의 구속기간 중 보강수사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민주당은 극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공식적으로 윤 대통령을 향해 대장동 특검을 요구하고 나섰고, 박홍근 원내대표는 25일 시정연설을 앞두고 23일 대국민·대국회 사과를 촉구했다.

24일 검찰이 중앙당사 내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가자 민주당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이동해 항의-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당이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참여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에게 남은 선택지는 여러 갈래가 있으나, 이날 오전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밝힌 입장을 감안하면 사실상 '강행 돌파'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이번에 민주당이 처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정치권 누구나 익히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예고된 상수다. 검찰이 언제 치고 나가느냐가 관건이었지만, 이준석 전 대표 등 국민의힘 내홍이 정리된 후 사태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관건은 이제부터다. 이러한 민주당의 위기가 윤 대통령에게는 호재 맞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대표 정책 기조인 감세 등을 관철하기 위한 쟁점법안, 여성가족부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개편안, 내년도 정부 운영을 위한 예산안의 경우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여당의 특검 수용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현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 직전 여야 당대표와의 회동 마저 지나칠 경우, 현재의 대치 정국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대통령들이 국회 시정연설 직전 여야 대표와 회동을 통해 화합을 다져왔지만, 오는 25일 시정연설에서는 그러한 장면이 안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민주당의 시정연설 보이콧과 관련해 '당일 이재명 대표와 별도 회동 가능성이 있나'라는 질문에 "저희는 언제든지 열려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밝혔다.

25일 국회 시정연설까지는 만 하루도 채 남지 않았다. 코너에 몰린 민주당은 시정연설 보이콧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