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25일 만에 극적 합의…윤정부 첫 예산안 처리 등 여야 이해관계 맞아떨어져
기간·목적·범위·대상 놓고 공방 여지…대통령실 이전 따른 '경찰 배치 이슈' 재점화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국정조사 대상이 아닌 기관들을 부르는 부분은 사실 좀 목적에 어긋난다. 그런 것들이 있으니까 (국정조사) 논란이 생기는 것 아니겠나? 대통령실이 (국정조사 대상에서) 빠진 것이 뭐가 있나. 경호처 하나 빠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언급한 내용이다. 서울 이태원에서 일어난 '10.29 참사'와 관련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합의한 국정조사 실시 내용에 대해 기자들 질문이 빗발치자 이같이 답한 것이다.

국정조사. 사고가 일어난지 25일 만에 여야가 극적인 합의를 이뤘지만, 이 합의가 향후 대통령실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베이징에서의 나비 날개짓이 태평양 건너 미국 한복판에 태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와 같은 일이 일어날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국정조사 합의의 최우선 의의는 바로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 처리다. 예산안 통과를 위해서는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했다. 이 지점에서 여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 10월 30일 오전 9시50분경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서울 이태원 한 골목에서 일어난 '10.29 참사'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두번째 변수는 합의 자체에 여야가 다시 충돌할 불씨가 남아 있어, 그 후속타가 대통령실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합의문을 들여다 보면 여야가 처한 입장·상황에 따라 국정조사의 기간·목적·범위·추가대상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달라질 수 있다.

합의문에는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및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가 포함되면서 그것으로 끝날 것처럼 보이지만, 민주당이 '10.29 참사'와 관련해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경찰 배치 이슈를 재차 꺼낼 의사를 밝히면서 국정조사의 '확전' 가능성이 높다.

당장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보고서 채택이나 재발방지 대책을 감안해서 필요하면 당연히 (국정조사 기간의) 연장을 추진할 것"이라며 "마약 수사와 관련해 혹시 경찰 인력배치 문제가 (참사 원인과의 상관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또한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이런 사고가 난 것이다, 그래서 경호처를 보자는 (민주당)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우려하고 나섰다.

45일간 진행될 국정조사는 기관보고·현장검증·청문회를 거쳐 1월 7일 끝나는데, 국회 본회의 의결로 연장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국정조사 특위는 민주당 9인·국민의힘 7인·비교섭단체 2인으로 구성한다.

국정조사 대상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및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비롯해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중앙응급의료상황실을 포함한 보건복지부·대검찰청·서울시 등 16개 기관이 망라됐다. 다만 여기서 국정조사 특위의 의결로 추가할 수 있다.

앞서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경찰 인력 배치 문제나 마약 수사와 관련한 경찰 인력 배치 문제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향후 대통령실을 겨냥해 공세에 나설 공식 카드를 쥔 셈이다.

정부 입장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라는 큰 산은 넘었지만, 이번에 합의된 6년만의 국정조사가 대통령실에게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이제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가야 하는 '국회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