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캡틴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은 평소보다 조금 못했다. 하지만 감동은 더 많이 선사했다. 역시 한국 축구의 '에이스'다웠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4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이겼으면 더 좋았겠지만,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는 우루과이를 상대로 승점 1점을 얻은 것은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16강 진출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남은 조별리그 두 경기(가나, 포르투갈전)에서 잘 싸우면 된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우루과이전에서 손흥민은 변함없이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사실 손흥민의 출전 자체가 기적에 가까웠다. 지난 2일 소속팀 토트넘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부딪혀 안와골절 부상을 당한 손흥민이다. 눈 주위 뼈 4곳이 골절돼 4일 수술을 받았다. 부상 당한 지 22일, 수술받은 지 20일밖에 안됐다.

여전히 수술 부위 부기가 남아 있고, 검은색 안면보호 마스크를 착용한 채 경기를 뛰어야 했다. 정상 컨디션일 리 없는 손흥민이지만 수비까지 가담하며 열심히 뛰었고, 찬스가 오면 슛을 때렸고, 상대 수비를 몰고다니며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고, 끊임없이 동료들을 격려했다.

마스크에 땀이 차 자주 고쳐써야 했다. 사정 안봐주는 우루과이 선수들의 밀착 마크에 시달렸디. 상대 선수에 발을 밟혀 스파이크가 벗겨지고 스타킹이 찢어지는 아찔한 장면도 있었다.

그래도 손흥민은 뛰고 또 뛰었다.

손흥민이 어떤 상황인지 잘 아는 동료들도 분발할 수밖에 없었다. 다 같이 잘 싸워 무승부 결과를 이끌어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한국 선수들 대부분은 벌렁 드러누웠다. 그만큼 가진 힘을 그라운드에서 다 쏟아부었던 것이다.

손흥민이기에 플레이 면에서 아쉬운 점도 분명 있었다. 상대 선수가 몸싸움을 걸어오면 맞부딪히기고 하고 순간적인 스피드로 따돌리는 평소의 모습은 잘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존재감 자체는 한국에 큰 힘이었고, 우루과이에는 큰 부담이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이 경기 최우수 선수(플레이 오프 더 매치)로 손흥민을 꼽았다.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한 합당한 평가다.

손흥민은 이제 한 경기를 치렀다. 사흘 쉬고 가나를 만난다. 부상 회복 상태는 더 좋아질 것이다. 가나전 후 또 사흘을 쉬고 포르투갈을 상대한다. 그 때쯤이면 손흥민이 거의 정상 컨디션을 되찾기를 희망한다.

우루과이전을 통해 손흥민은 정신력과 의지의 무서움을 증명했다. 그런 손흥민을 팬들은 '추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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