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유례 없는 고금리' 여야 막론 정치권 선제적 대책 필요…안전망 강화 절실
윤 대통령 "금융불안정성 예의주시"…이창용 한은 총재 "부동산 시장 상황 감안"
코로나 발발 이후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유례없는 '유동성 파티'가 열렸던 한국경제는 지난해 8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그 결과 약 1년 2개월 만에 2.50%포인트가 상승하면서 2012년 이후 10년 만에 기준금리 3%대 시대를 맞게 됐다. 금리가 급속도로 오르는 상황에도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금리 인상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미디어펜은 고금리 시대를 향해가는 현시점 금융과 산업, 부동산 등 경제 전반에 걸쳐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정치권에서 필요한 역할에 대해 가늠해 본다. [편집자주]

[고금리 쇼크⑦정치]정부 지원책 절실…정쟁 멈추고 민생 챙겨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금 물가상승이 정점을 지나서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를 좀 낮출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만, 금융불안정성이라고 하는 것을 조금 더 예의주시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11월 29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 발언)

"부동산 시장은 아직 경착륙은 아니지만, 고금리 상황에 따라 조정 중이기 때문에 향후 통화정책 운용시 부동산 시장 상황도 감안하겠다." (11월 30일 로이터통신 주최 컨퍼런스에서 윤 대통령 29일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답한 내용)

고물가·고금리 시대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취약 계층에 미치는 충격파가 더 커질 수 있다. 앞으로의 정부 대책이 중요한 이유다.

핵심은 '금리'다. 이를 뒷받침하는 키워드는 '금융불안정성'과 '부동산'이다. 이창용 총재가 답한 것처럼 금리에는 부동산 시장까지 맞물려 있어서 '경기 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내외 상황을 판단해 금리를 결정하는 주체가 아니지만, 고금리 여파에 따른 민생 피해를 최소화하고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주체다.

   
▲ 12월 5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9회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당장 당정은 지난 6일 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회를 열었다.

당에서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윤창현·최승재 정무위원이, 정부 측에서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복현 금융감독원장·최준우 주택금융공사 사장 등이 참석한 당정협의회에서 중도상환수수료 한시적 면제 및 3종 정책모기지 통합 운영에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대출금을 만기보다 앞서서 중도에 갚을 시 시중은행에 내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내년 일부 면제한다. 다만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협의회 후 브리핑을 통해 "5대 시중은행에서 자율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며 "중소 소상공인들이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5~6등급까지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해주는 안심전환대출, 무주택자·1주택자를 위한 정책모기지인 보금자리론 및 적격대출은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내년 1년간 통합해 운영한다.

당정은 부동산 시장 관련해서도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대출 관련 주택 가격요건을 9억원으로 일원화한다. 3억 6000만원으로 책정되어 있는 보금자리론·적격대출의 대출한도는 5억원으로 상향시킨다. 소득 한도는 없어진다.

또한 당정은 이날 온라인 간편결제수수료 공시를 금융당국에 당부하고 나섰다. 성 의장은 이에 대해 "업계와 당국이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서 공시하기로 결정했다"며 "수수료를 공시하면 간편결제수수료가 통일되고 내려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당정 협의회의 이번 결정이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통화정책 영향은 6개월 이상의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의 충격과 고통은 내년 초 더 심해질 전망이다. 그렇기에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대책이 금융부담을 일시 완화해주는 수준에서 그칠 일은 아니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내년 미분양이 본격화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민생 심리 위축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더 과감한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여야 정쟁은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놓고서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든 야든 눈앞의 정치적 이익에 사로잡혀서 고금리에 대비한 장기적 방안에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고금리 직격탄을 맞는 중산층 이하 서민들을 타깃으로 지원 대책을 강화하고,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정비하는 방안이 절실하다. 정치가 타이밍을 놓치면 경제가 무너진다. 결단의 시간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