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 7.7대 1…전년 대비 절반 이하
대출 규제 및 이자 부담 가중·분양가 상승 등 맞물려 매력↓
올해 건설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부동산 시장 침체 등 각종 이슈들이 겹치면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연이은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분양 경기가 꺾이면서 한파가 몰려왔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유동성 확보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올 한해 건설업계의 우울한 이슈들을 짚어봤다.<편집자주>

[2022결산-건설②]수요자 '위축'…얼어붙은 분양시장

[미디어펜=김준희 기자]2022년 분양시장은 차가웠다. 불과 지난해까지 ‘과열’·‘광풍’ 등 수식어가 붙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미달’·‘저조’ 등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높아진 금리는 수요자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켰고 인상된 공사비는 분양가 상승을 야기했다. 청약이 더 이상 ‘로또’가 아니게 되면서 수요자가 느끼는 매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 올해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7.7대 1로 지난해 대비 절반 이하 수준에 머물렀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경기 악화 우려에 연말 '밀어내기' 물량 몰려

28일 부동산R114 등에 따르면 올해(12월 14일 기준) 전국 공급물량은 예정물량 포함 39만6216가구다. 분기별로는 △1분기 9만9382가구 △2분기 7만691가구 △3분기 8만3238가구 △4분기 14만2905가구다.

특히 4분기의 경우 내년 경기 악화 우려로 건설사가 이른바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면서 가장 많은 물량이 풀렸다.

서울은 올해 전체 공급물량 2만7964가구 중 75%에 해당하는 2만899가구가 4분기에 공급됐다. 1만2032가구 규모 ‘올림픽파크포레온’을 비롯해 장위자이레디언트(2840가구), 강동헤리티지자이(1299가구) 등 대단지 분양이 몰린 탓이다.

이 같은 밀어내기 분양은 입지 우위 지역 등 사업성이 좋은 아파트를 위주로 내년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경기, 광주, 경남 등지에서도 연말 분양물량을 쏟아내는 분위기”라며 “그 외 분양을 앞둔 상당수 사업지에서는 미분양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청약경쟁률 지난해 대비 절반 이하…평균 당첨가점 13점↓

올해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7.7대 1로 지난해 19.8대 1과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역별로는 △세종 49.6대 1 △부산 37.2대 1 △인천 16.1대 1 △대전 12.대 1 순이었다.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지역은 한 곳도 없었다. 울산과 대구는 각각 0.9대 1, 0.5대 1로 평균 경쟁률이 1대 1에도 못 미쳤다.

올해 일반분양에 나선 384개 단지 중 절반에 가까운 175곳(45.6%)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당첨자 가점 평균도 크게 낮아졌다. 올해 전국 민간분양 아파트 당첨가점 평균은 21점으로 지난해 34점 대비 13점 하락했다. 수도권의 경우 지난해 46점에서 28점, 지방 또한 27점에서 16점으로 크게 줄었다.

올해 최고 당첨가점은 79점이다. 지난해 3개 단지(래미안원베일리·힐스테이트초월역·오포자이디오브)에서 만점(84점) 당첨자가 나왔던 것과 대조되는 수치다.

여 수석연구원은 “올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3단계가 조기 시행됐고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 등 가격 부담까지 커지면서 청약 수요가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도 청약 성적을 좌우했다. 올해 10월까지 서울에서 9억원 이하로 분양한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42.3대 1을 기록했다. 반면 9억원 초과 아파트는 14.9대 1로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 올해 민간분양 아파트 청약 당첨가점 평균./사진=부동산R114


◆분양가 상승에 청약 매력 감소…"내년 온도차 클 것"

최근 집값 상승기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이유는 ‘로또’라 부를 정도로 시세 대비 분양가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가·공사비 등 인상으로 분양가 상승 압력이 가중됐고 지난 7월 분양가상한제 제도 개선으로 올해 기본형 건축비가 세 차례 인상되면서 분양가 상승폭이 커졌다. 인근 매매가격 대비 분양가격이 메리트를 갖지 못하면서 수요자의 관심도 하락했다.

올해 전국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1510만원으로 지난해 1311만원 대비 199만원 올랐다. 서울이 3474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제주(2240만원), 대구(1879만원), 울산(1762만원), 부산(1718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지방권의 경우 이른 시점에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서 분양가 규제를 피해 전년 대비 분양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반면 집값 하락폭이 큰 세종 분양가는 1187만원으로 지난해(1264만원)보다 77만원 낮아졌다.

결국 높은 대출이자 부담과 분양가 상승, 집값 추가 하락 우려 등 요인이 맞물리면서 올해 청약시장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청약 불패’를 이어가던 서울은 초기 분양률 100% 기록이 깨졌다. 미분양 리스크 또한 공급 과잉 및 가격 하락폭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금리 인상 여파가 아직 사그라들지 않은 가운데 내년에도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경기 악화가 예상되면서 분양시장은 수급 모두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여 수석연구원은 “2023년 분양시장은 가격 수준에 따른 청약 온도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원활한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지거나 미분양을 막기 위해 유리한 계약조건을 내건 분양단지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