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신용도 핵심 요인 '유동성 대응·분양 위험 통제 여부' 꼽혀
자금조달 환경 양극화 전망…"중견 건설사 당분간 여건 어려울 것"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지난해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건설사들이 계열사 및 정부 지원에 힘입어 급한 불을 끈 가운데 올해는 건설사별로 자금조달 환경이 차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시장 침체를 비롯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도래 등 위험요인이 여전히 남아있어 이에 대한 대응 여부가 한 해 농사를 좌우할 전망이다.

   
▲ 한국신용평가가 올해 건설사 신용도를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유동성 대응'과 '분양 위험 통제 여부'를 꼽았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2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끝나지 않은 금융경색, 현실화되는 미분양 리스크’ 보고서를 통해 올해 건설사 신용도를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유동성 대응’과 '분양 위험 통제 여부‘를 꼽았다.

앞서 지난해 말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해 PF 우발채무 등 자금난을 겪었던 롯데건설, 태영건설 등 건설사들은 이후 각 계열사 지원 및 금융권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 바 있다.

롯데건설은 그룹 차원 유상증자 및 계열사 단기차입 등에 이어 지난달 메리츠금융그룹과 1조5000억 원 규모 투자금융 협약을 맺으면서 만기가 도래한 유동화증권 차환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태영건설도 지난달 주주사 TY홀딩스로부터 4000억 원을 차입하는 등 현금을 확보해 단기 유동성 부담을 일부 완화했다.

자금시장 전체를 놓고 봐도 예년 수준의 경색 현상은 일정 수준 완화된 모양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자금시장 경색은 정부 지원책과 일부 건설사의 금융권 투자 유치, 금리 하락 기조 전환 등으로 다소 완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들어 회사채 금리가 하락세를 나타내고 금융기관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건설사 보증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이 금융시장 내에서 정상적으로 소화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초 롯데건설과 태영건설이 계열 및 금융권 투자 유치를 통해 유동성 보강에 성공하는 등 금융경색 국면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건설업계 전반에 걸친 자금조달 여건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분양경기 저하로 인한 미분양 증가, PF 우발채무 현실화로 인한 유동성 악화 등 건설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여전히 냉각돼있기 때문이다.

실제 분양실적 저하 현상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방을 넘어 전국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건설사 수익성 저하 주요 원인이었던 공사원가 상승도 여전히 위험요소다.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화증권 및 회사채에 대한 차환도 건설사 재무안정성에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건설사 신용연계 단기유동화증권(ABCP·ABSTB)의 약 90% 만기가 상반기에 집중돼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2~3월 도래한다.

전 연구위원은 “높은 신용도로 만기가 분산된 A1급이나 유동화시장에 대한 접근성에 한계가 있는 A3급 발행규모가 크지 않은 가운데 전체 발행 규모의 70%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A2급 유동화증권을 중심으로 차환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올해 건설업계는 유동성 수준과 분양 위험 관리 여부에 따라 자금조달 환경이 양극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그는 “앞으로는 산업 전체적인 금융경색은 완화되는 반면 신용등급별 또는 동일 등급 내에서도 사업장 분양 실적이나 PF 우발채무의 실질 위험, 재무구조 등에 따라 건설사 간 금융시장 접근성 및 차환 부담이 달라질 전망”이라며 “상위 건설사 자금조달 환경은 일부 개선 여지가 있지만 BBB급 중견 건설사 중 자체사업이나 PF 우발채무 관련 부담이 큰 업체의 경우 당분간 어려운 자금조달 여건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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