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유족들 마음 헤아리지 못해...폄훼 생각 없었다"
유족들 "진정성 없다…개인 아닌 국민의힘 입장 밝혀야"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제주 4·3 기념일'을 두고 "격이 낮다"고 발언해 논란이 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0일 "제 잘못으로 상처 입은 유족과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유족들은 "정치적 쇼"라며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을 요구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기념관 4층 대회의실에서 4·3유족 대표들을 만나 "유족들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라며 "도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고 자신의 부적절한 발언을 사과했다.

김 최고위원은 앞서 지난 4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4·3추념일에 불참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4·3추념일은 3·1절과 광복절보다 격이 낮다"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오른쪽)이 4월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김 위원은 "제가 방송 인터뷰에서 말씀 드린 것은 국경일, 기념일, 경축일을 비교하다 저의 실수에 의해서 유족 마음을 제대로 배려하지 못한 것"이라며 "평소 특별히 4·3 을 폄훼하거나 유족을 폄훼하는 그런 생각이 있어서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날 따라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굉장히 조심하면서 나름대로는 신문기사를 참고해서 그대로 읽은 것인데 나중에 제가 방송을 하고 난 다음에 잘못됐구나 알게 됐다"라며 "부주의하게 유족 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에 유족들은 "갑자기 사과하러 오는 것은 당 내에서 어려운 지경에 몰려서 쇼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라며 "중앙당 지도부 차원의 입장을 밝히고 4·3 관련 명예훼손 처벌 조항을 담은 특별법 개정에 앞장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부 유족들은 "이런 사과는 필요 없고 받아 들일 수 없다"라며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 징계 받지 않으려는 쇼"라고 항의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김 위원은 "개인적인 사과 자리지만 당의 지도부에(사과하겠다고) 말씀 드린 사안"이라며 "당의 입장을 갖고 오는 것은 아니라고 처음부터 말씀은 드렸지만 그 점을 꼬집은 거라면 대단히 죄송하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명예훼손 처벌이 담긴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을 지원할 것이냐는 유족과 취재진의 질문에는 "법안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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