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차 전선 긋고 나설 것…싸움에 동참해 함께 싸울지 여부로 여당 가늠할듯
기존 정치권 여론 무서워하지 않아…가치 수호 등 메시지 일관성 지속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자유로운 국민의 일상과 소상공인의 영업권·재산권, 의료진의 희생을 담보한 정치 방역으로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 코로나 발생 초기 대한의협의 6차례에 걸친 건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입국자를 통제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 청와대 및 정부의 컨트롤타워를 전문성이 아니라 이념적 성향을 가진 인사들이 맡았다.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초기 대응과 K-방역은 '정치적·이념적 방역'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사흘간 전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비판에 집중했다. 기존 밝혀온 '비정상의 정상화' 프레임의 연속 선상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대통령실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후 '코로나 종식'을 선언하면서 위와 같이 일갈했다.

이날 잇달아 열린 국방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도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과거 정부에서는 국군 통수권자가 전 세계에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것이니 제재를 풀어달라고 했다"며 "결국 군이 골병이 들고 말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정치 이념에 사로잡혀 북핵 위험에서 고개를 돌려버린 것"이라고 낮게 평가했다.

   
▲ 5월 11일 열린 국방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앞서 포문을 연 것은 9일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외교와 관련해 "한미동맹이 실질적으로 '재건'되었다"며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닌 적의 선의에 기대는 가짜 평화"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에 대해선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되었다"며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우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든다, 정상적인 복원까지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이들의 고통은 회복 불가능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형사사법 질서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의 검찰 무력화에 대해 "증권합수단 해체로 상징되는 금융시장 반칙행위 감시체계의 무력화는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 투자 사기를 활개치게 만들었다"며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범죄자의 선의에 기대는 감시 적발 시스템 무력화는 수많은 사회적 약자를 절망의 늪으로 밀어넣어 버린 것"이라며 "과거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마약 조직과 유통에 관한 법 집행력이 현격히 위축된 결과가 어떠하였는지 국민 모두 목격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무너진 시스템을 회복하고 체감할만한 성과를 이루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거야(巨野)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솔직히 있다"고 전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10일 정부 출범 및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 오찬에서도 "지난 1년은 잘못된 국정의 방향을 큰 틀에서 바로 잡는 과정이었다"며 "지난 대선의 민심은 불공정과 비상식 등을 바로 잡으라는 것이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일련의 발언들은 모두 '적과 아군'에 대한 선긋기라고 할 수 있다. 보수진영에서 처음으로 칼 슈미트의 '적과 아군의 구별'이라는 대원칙을 지키는 정권이 나온 것이다.

대외적으로도 윤 대통령은 군통수권자로서 대한민국의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한미일 동맹 강화에 들어갔다. 북중러와 멀리 하면서 서방 자유진영의 핵심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여의도판 등 한국의 정치 기득권 사고방식과 전혀 다른 궤를 걷고 있다. 자유 수호의 의지를 계속해서 선언하면서 국회를 장악한 '집권야당' 더불어민주당에게 더 거칠게 싸움을 거는 형국이다.

최근 3일간 이어진 연쇄적인 입장 표명이 여야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바로 '아군이 아니면 적'이라는 인식이다.

코인판을 시발점으로 정치자금 추적이 됐든, 거대야당의 돈봉투 사건이 됐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방 사태가 됐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사건이든 윤 대통령은 재차 전선을 긋고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재판이 시작해 피고인으로 전락한 이재명 대표와 만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시각이다.

그리고 이 전선에 동참해서 함께 싸우겠느냐는 여부로 여당 정치인들의 그릇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같이 분명하게 적과 아군에 대한 선긋기에 나선 것을 보면, 윤 대통령은 기존 정치권 여론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일관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명운을 좌우할 총선까지는 이제 11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남은 300일동안 윤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내리고 거대야당과의 싸움을 주도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