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호황에 생산 집중 노사 분위기…무분규 타결 가능성도
조선업계 노동자 처우개선 절실…회사별 사정 달라 가늠 힘든 분위기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국내 조선업계 노동조합들이 올해 임금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신규발주물량이 급격히 증가하며 협상을 빠르게 마무리 짓고, 생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꾸준히 늘어나는 수주물량에 지난해 무분규 타결 분위기를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각 기업마다 차이가 있어 지난해와 같은 무분규 타결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왼쪽부터)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사진=각사 제공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울산 본사에서 노사 교섭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2023년 임금교섭' 상견례를 가졌다. 상견례에는 이상균 현대중공업 사장과 손덕헌 금속노조 부위원장, 정병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을 비롯해 노사 교섭위원 20여명이 참석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건설기계 등 HD현대그룹 5개 회사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 공동 요구안을 마련해 그룹 측에 전달했다.

공동요구안에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교섭 효율화를 위한 공동 교섭 태스크포스(TF) 구성, 신규 채용, ESG 경영위원회 노조 참여 보장, 노사 창립기념일 상품권 각 50만원 지급, 하청노동자 여름휴가 5일 유급보장 등이 담겼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공동 요구안과는 별개로 산업 전환 협약 체결, 사회연대기금 출연, 임금체계 및 각종 제도 개편 TF 구성, 근속수당 연차별 차등 인상,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공원 건립, 우수 조합원 해외연수 등도 요구했다.

노조는 교섭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공동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HD현대그룹을 모회사로 두고 있는 만큼 공동으로 교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HD현대그룹의 계열사라고 해도 세부적으로 회사 규모와 매출, 영업이익 등 조건이 다른 만큼 공동요구안의 일괄 적용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노조는 공동교섭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해 역시 이 부분에서 이견차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지난해에는 임금협상과 별도의 단체협상이 진행됐음에도 무분규 타결이 이러진 만큼 올해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조도 최근 임금협상 요구안 마련에 나섰다. 현재 노조는 임금교섭특위를 꾸리고 협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돌변한 대우조선 노조, 협상 난항 우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최근 임단협 요구안을 사측에 제시했다. 하지만 임협에 앞서 오는 23일 있을 임시 주주총회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새롭게 임금협상을 진행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오션으로 사명이 변경되고 경영진이 바뀌게 되면 이에 따른 협상대상 또한 변경되기 때문이다. 주총이 잘 마무리된 이후에 본격적인 입금협상이 진행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우조선 노조가 다소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 (왼쪽부터)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사진=각사 제공


한화그룹에 인수된 대우조선 노조가 전 직원에게 '인수 위로금'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그동안 피인수 기업 직원에게 보상금을 지급한 전례가 없는 데다 인수 보상 지급이 법적으로 정해진 것도 아니어서 난감해하고 있다. 

대우조선 인수 이후 경영 정상화의 '난제'로 꼽히는 강성 노조와의 충돌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조가 강경 투쟁을 예고하면서 오랜만에 찾아온 조선업 호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금속노조 소속 대우조선지회는 지난 15일 노보를 통해 "구성원들의 노고에 대한 격려 방안을 요구한 것이지 성과금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며 전 직원에게 위로금을 달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화그룹과 대우조선 노조 대의원들은 매일 노사 교섭을 하고 있지만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쪽의 입장차이로 인수작업이 마무리 된 이후에 있을 임금협상이 순탄치 많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선업계가 인력난으로 고심하고 있는 것이 한동안 불황이 지속되며 정체된 처우개선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는 만큼 임금인상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부족했던 임금을 위로금 명목으로 요구하는 모습은 공감대를 얻기 힘들어 보인다. 

나아가 수주호황이 이어지고 있어도 수익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임금협상에 전부 선반영하기는 힘들다. 일반적으로 수주호황이 호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2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노사 간에 발생할 수 있는 강등의 여지가 남아있다. 

한편,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수주 잔량은 724척(3868만 CGT)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세계 수주 잔량의 35% 수준이다. 

특히, 전 세계가 탄소 중립 기조에 발맞춰 친환경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를 이어가는 만큼 LNG선 건조에 특화된 국내 조선사의 올해 일감은 더욱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계 노사 양쪽 모두 올해는 생산에 전념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자는 분위기다"며 "협상을 시작하는 단계여서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회사별로 차이는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