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메리트 살린 중국 조선사, 그리스 발 VLCC 수주물량 주도
가격 경쟁력 살린 저가수주…한국과 상반된 모습
국내 조선사 연이은 수주 호황…하반기 카타르발 수주 이어질 전망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국내 조선업계가 중국과의 저가 수주 경쟁에서 벗어나 고수익 창출을 위한 체질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가격 경쟁력을 이점으로 중국 조선사가 글로벌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조선사 들은 LNG선박과 같은 친환경 고부가가치 제품을 위주로 선별수주에 나서며 선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조선사들의 수익성 개선과 함께 고질적인 출혈경쟁에서 벗어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HD현대가 건조한 LNG운반선,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의 축발전기와 공기윤활시스템이 적용된 LNG운반선, 한화오션(구 대우조선)이 건조해 카타르에 인도한 초대형LNG운반선. /사진=각 사 제공



◇중국발 저가수주…경쟁 피하는 국내 조선업계

그리스 선사인 '다이나콤 탱커스 매니지먼트(Dynacom Tankers Management)'와 '캐피탈마리타임(Capital Maritime& Trading)'은 각각 4척의 VLCC 발주를 위해 중국 조선업계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나콤탱커스는 전통 연료 추진 방식의 선박을 발주할 예정이며 캐피탈마리타임은 LNG이중연료 추진 방식 선박의 건조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가는 다이나콤탱커스가 약 1억1500만 달러를, 캐피탈마리타임이 1억2500만~1억3000만 달러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전통적인 연료 추진 방식의 32만DWT급 VLCC의 최근 시장가격은 1억2600만 달러 수준이다. 올해 들어서도 유조선 시황이 호조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선박가격은 지난해말 대비 600만 달러 올랐다.

하지만 중국 조선업계는 시장가격 대비 낮은 수준의 선가를 제시하며 그리스 선사들의 발주를 유도하고 있다. 전통적인 연료 추진 방식의 VLCC에 대해 중국은 1억1500만달러를 제시하는 반면 한국 조선업계는 1억2500만 달러는 돼야 계약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중연료 추진 방식 선박의 경우 한국과 중국의 선가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추진 방식의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 선가는 전통적인 연료 추진 방식보다 1000만~1500만 달러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롄조선이 LNG 이중연료 추진 방식 VLCC의 선가를 1억2500만~1억3000만 달러로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조선업계는 이중연료 추진 VLCC의 선가로 1억5000만 달러를 제시하고 있다. 중국 조선업계와는 최대 2500만 달러(한화 약 320억 원)의 차이가 발생하며 캐피탈마리타임이 4척을 발주할 경우 총 계약금액의 차이는 1억 달러(1274억 원)에 달한다. 

중국과의 가격경쟁을 하기에는 큰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향후 정상가격의 선박을 수주하는 게 앞으로의 경영활동에도 유리한 실정이다. 과거 국내 조선소들 역시 저가수주를 통해 시장을 넓혀왔다. 

하지만 이에 따른 출혈경쟁으로 수익성 악화라는 타격을 입으며 산업구조조정까지 받은 바 있다. 이에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값 받기에 나서며, 수익성 개선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수익성 확보가능한 선별 수주나서 한국 조선업계

실제로 국내 조선사들은 차세대 친환경 선박으로 꼽히는 LNG선박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당분야의 국내 기술력을 의식한 글로벌 조선사들이 경계를 할 정도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최고의 기술력으로 인정받으며 경쟁력이 높아진 국내 조선사들은 중국과의 무분별한 출혈경쟁보다 고수익모델의 선별수주에 나설 전망이다. 

클락슨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994만6000CGT(140척)의 수주잔량을 보유하며 단일조선소 기준 글로벌 수주잔량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한화오션 옥포조선소(876만1000CGT·120척),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828만1000CGT·134척), 현대삼호중공업(687만3000CGT·116척)이 뒤를 이었으며 현대미포조선(260만6000CGT·123척)은 9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기준 부동의 글로벌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LNG선만 36척을 수주했다. 컨테이너선(9척), 셔틀탱커(2척), 초대형가스선(VLGC, 2척) 등 94억달러 규모의 선박 49척이 대표적인 성과다. 올해 수주목표도 지난해와 비슷한 95억달러로 설정했다. 

이런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LNG-FPSO(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재기화 설비) 1기, 원유운반선 2척, LNG선 6척 등 총 32억달러 규모의 선박 및 설비 9척을 수주하며 연간 수주목표(95억달러)의 34%를 달성했다. 선박 수주잔량은 147척(270억달러)이며 이 중 LNG선 비중이 70%(87척·188억달러)에 달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총 93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누주 수주 금액은 총 114억2000만 달러(약 15조1000억 원)로 연갖 수주 목표 157억4000만 달러의 73%를 채웠다. 

지난 1일에는 대만 선사 양밍해운과 1만 5500TEU급 LNG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규모는 총 1조2392억 원이다.

지난달에는 유럽 선사로부터 4145억 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5척을 수주했다. 같은 시기 캐나다 소재 선사로부터 1270억 원 규모의 PC선(석유화학제품운반선) 2척 수주도 따냈다. PC선은 석유제품 해상 운송 수요 증가와 꾸준한 운임 상승세에 힘입어 효자 선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밖에 카타르에너지의 LNG선 발주가 올 3분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까지 석유화학제품선(25척), 컨테이너선(29척), LNG선(16척), LPG선(14척), 유조선(3척), 중형가스선(2척) 등을 수주했으며 꾸준한 수주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출범 이후 아직 수주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현재까지 LNG운반선 4척, 창정비 1기 등 총 5척을 수주했다. 규모는 10억6000만 달러 안팎으로 연간 목표치인 69억8000만 달러의 15% 정도다.

카타르에너지발 수주에 조선 빅3와 LNG선 발주를 위한 협상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국내 조선사들에게 연이은 수주소식이 전해질 전망이다. 

카타르에너지는 지난 2020년 1단계 사업에서 조선 빅3에 54척(HD한국조선해양 17척, 한화오션 19척, 삼성중공업 18척)을 발주했다. 2단계 사업에서 HD한국조선해양 10척, 한화오션 12척, 삼성중공업 16척 등 약 40척의 선박을 발주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3년치 일감을 확보하며 올해부터 선별수주로 돌아선 한국 조선업계의 영업전략이 한동안 출혈경쟁을 피하고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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