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경험 짧지만 전략전문가로서 역량 발휘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외형·내실 모두 챙겨
주택사업 비중 줄이고 신성장동력 찾기 '숙제'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라는 말이 있다. 대학교 2학년이 되면 신입생 시절보다 학문에 대한 열의가 떨어지고 성적이 부진해지는 등 방황하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는 다른 분야에도 두루 쓰인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올해 2년차를 맞은 건설사 대표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2023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건설사 대표들이 징크스를 딛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2년차 징크스 극복기⑤-두산건설] 체질개선 성과…이정환표 '혁신' 보여줄까

[미디어펜=성동규 기자]이정환 대표이사가 지난해 12월 이강홍 대표와 두산건설을 이끌게 됐을 당시 내외부에선 기대와 불안감이 동시에 교차했다. 건설업 경험이 약 3년 정도로 짧고 두산건설에 입사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수장에 올라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1999년 미국 전략컨설팅 회사인 앤더슨 컨설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SK그룹, DL그룹, 두산건설에서 전략·기획, 포트폴리오 최적화, 신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요 보직을 역임한 '전략통'으로 두산건설의 새 청사진을 그리는데 적임자로 주목받기도 했다.

올해 취임 2년차를 맞는 이 대표는 우려를 보기 좋게 불식했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실적이 본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단위:억원/자료=전자공시시스템 제공


◆외형 성장·내실 다지기 '두 마리 토끼' 잡았다

이 대표의 취임 후 경영성과가 반영된 첫 성적표는 합격점이었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원자잿값 급등, 공사 지연 등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외형과 내실을 모두 챙겼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건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548억원으로 전년 동기(2878억원)와 비교해 23.28%(670억원)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1년 사이 103억원에서 321억원으로 211.65%(218억원)나 치솟았다.

과거 부진을 털어내기 위해 최근 몇 년간 공격적으로 수주 활동에 나섰던 것이 매출의 원천이 됐다. 외형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민간건축 부문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55%(775억원) 늘어난 2839억원을 기록했다.

관급 토목 부문도 353억원에서 568억원으로 60.91%(215억원) 증가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원가율과 판매비와 관리비를 오히려 낮춰 수익성을 개선했다. 올해 매출원가율은 86.05%로 지난해 88.58%보다 오히려 2.53% 하락했다. 

판매비와 관리비는 226억만원 174억원 23%(52억원) 감소했다. 수익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자 상환 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이자보상배율도 1배수 이상으로 올라왔다. 이자보상배율이 1 이상일 때에는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 금융비용을 웃돈다는 의미다.

올해 이자보상배율은 3.36배로 지난해 1.32배와 비교해 2배 넘게 개선됐다. 당기순이익은 175억원으로 지난해 37억원에 비해 372.97%(138억원) 늘어났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매분기 이어지던 순손실에서 완연히 벗어난 모양새다.

수주고도 든든히 채워지고 있다. 올해 계약잔액은 총 8조3532억원으로 전년(7조5733억원)보다 7799억원 늘어났다. 최근 3년(2020~2022년) 평균 연 매출이 1조4726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 5.67년치에 달하는 먹거리를 확보하고 있다.

   
▲ 이정환 두산건설 대표이사 약력:1970년생. 연세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2015년 SK E&S 전기미래전략TF장. 2019년 DL이앤씨 경영기획 담당임원. 2022년 두산건설 전략혁신실장. 2022년 두산건설 대표이사(현)./사진=두산건설 제공


◆더딘 재무안전성 개선…영업활동현금흐름 악화 아쉬워

다만 재무안정성 개선은 상대적으로 더디기만 하다. 경영관리에 강점이 있는 이 대표로서는 다소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부채비율이 지난해 422.23%에서 올해 406.83%로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건설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가면 과다부채기업으로 분류된다. 

유동비율도 같은 기간 63.8%에서 68.79%로 개선되기는 했어도 100%를 밑돈다. 이는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부채보다 1년 이내 처분 가능한 자산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기채무 상환능력이 부족한 셈이다. 

더욱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올해 마이너스(-) 384억원으로 전년 동기(-25억원)보다 적자폭이 10배 넘게 확대됐다. 대여금이나 미수금 등 기타수취채권과 재고재산이 쌓이면서 현금 유동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전년 말과 비교해 기타수취채권은 527억원 증가해 못 받은 돈은 늘고 있다. 같은 기간 재고자산은 43억원 불어났다. 재고자산 중에서도 미완성주택의 규모가 커진 탓이다. 선분양으로 물량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미분양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재고자산이 장기간 적체되면 운전자본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이익의 질은 점차 낮아지고 최악의 경우에는 유동성 부족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빛고을에코에너지 발전소 전경./사진=두산건설 제공

◆연료전지 신사업 성과···두산그룹과 시너지 기대감

주택건축과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치우친 수익구조에서 탈피해 미래먹거리 발굴 등 신성장동력 찾기도 이 대표의 과제다. 고무적인 부분은 두산건설이 두산그룹 시절부터 꾸준하게 공을 들여왔던 연료전지 사업이 조금씩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연료전지발전은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반응을 이용해 연료의 화학적 에너지를 전기와 열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장치다.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분진 등이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 발전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건설은 지난 2018년 착공한 39.6㎿(메가와트) 규모의 인천 연료전지 사업이 2021년 상업 운전을 가동했다. 12.32㎿급 광주 빛고을 에코에너지 발전소 사업도 세계 최초의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듀얼 모델'을 적용, 지난해 9월 상업 운전을 들어갔다. 

두산건설이 수주한 연료전지 발전소 사업에 두산그룹이 설립한 수소연료전지 업체 두산퓨얼셀이 연료전지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시너지 효과가 내고 있다. 두산중공업도 친환경 사업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만큼 향후 협업이 기대된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나빠진 원인은 올해 1분기 중도금 규모 대비 원가투입이 많은 공기 후반부인 건설 현장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준공 후 입주잔금이 회수되며 영업현금흐름은 자연히 개선될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호실적을 바탕으로 부채비율도 조만간 안정화될 전망이다"며 "아울러 이 대표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료전지 분야 이외에도 꾸준히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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