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사조위 조사 결과 발표…"32개소 중 15개소 철근 누락"
콘크리트 품질·추가 하중 검토 미흡…설계·감리·시공 총체 부실
GS건설 "책임 통감…단지 전면 재시공, 입주지연 보상 다할 것"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는 설계·감리·시공 전 과정에서 총체적 부실이 발생하면서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시공사 GS건설은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해당 단지에 대해 전면 재시공을 결정했다.

   
▲ GS건설 사옥 전경./사진=GS건설


국토교통부는 5일 인천 검단 아파트 건설현장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와 관련해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사고조사 결과와 사고현장 특별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앞서 지난 4월 인천 서구 일대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동 사이 지하 1층 상부 슬래브 붕괴 및 이로 인한 지하 2층 상부 슬래브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늦은 밤 사고가 발생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국토부는 사고 발생 후 원인 분석을 위해 건축구조·건축시공·법률 등 관련 분야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를 꾸렸다. 사조위는 지난 5월 9일부터 이달 1일까지 54일간 도서검토·현장 조사·관계자 청문 및 시편 채취를 통한 재료 강도 시험, 구조해석을 통한 붕괴 시뮬레이션 등 분석·검증 절차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사고 원인은 크게 세 가지였다. △설계·감리·시공 등 부실로 인한 전단보강근 미설치 △붕괴구간 콘크리트 강도부족 등 품질관리 미흡 △공사과정에서 추가 하중 고려 미흡 등이다.

먼저 전단보강근의 경우 설계·감리·시공 전 과정에서 부실이 발생하면서 미설치됐다. 지하주차장 슬래브 인근 도면 분석 결과 구조설계상 32개소 모든 기둥에 전단보강근이 필요했으나 절반에 가까운 15개소가 전단보강근 미적용 기둥으로 표기됐다. 감리는 도면 확인·승인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시공 단계에서도 철근이 추가로 빠졌다. 32개소 중 붕괴된 위치 등 확인이 불가한 기둥을 제외한 8개소 조사 결과 4개소에서 설계와 다르게 전단보강근을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콘크리트 품질도 미흡했다. 사고구간 콘크리트 강도시험 결과 사고 부위에서 설계기준 강도(24MPa)의 85%인 20.4MPa보다 낮은 16.9MPa로 측정됐다. 일반 콘크리트 코어공시체는 콘크리트 강도의 85%를 상회해야 한다.

추가 하중에 대한 검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식재공사 과정에서 설계높이인 1.1m보다 많은 최대 2.1m 토사가 적재되면서 더 많은 하중이 가해졌다.

해당 원인들의 영향을 고려한 분석 결과 붕괴구간 인근 기둥 32개소 중 11개소는 전단강도 부족, 9개소는 휨강도 부족이 확인됐다. 이 중 7개소는 전단강도 부족, 휨강도 부족이 동시에 발생했다.

특히 전단강도가 부족한 기둥 11개소에 전단보강근이 있을 경우 모두 전단강도가 확보될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철근 누락’이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셈이다.

사조위는 재발방지대책으로 △무량판 구조 심의절차 강화 및 전문가 참여 확대 △레미콘 품질관리 및 현장 콘크리트 품질 개선 △검측절차 강화 및 관련 기준 연계·보완 등을 제안했다.

   
▲ 인천 검단 아파트 건설현장 지하주차장 붕괴 과정./사진=국토교통부 자료 갈무리


◆GS건설 “책임 통감…단지 전체 전면 재시공”

해당 아파트 시공사로 참여한 GS건설은 이번 국토부 사조위 조사 결과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고개를 숙였다.

GS건설은 이날 사과문을 내고 “시공사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며 “특히 입주예정자들께서 느끼신 불안감과 입주시기 지연에 따르는 피해와 애로, 기타 피해에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 회사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고객분들과 관계당국 그리고 발주처에도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대형 시공사로서 설계, 시공 전 과정에 대해 무조건 무한책임을 다해야 마땅하다는 고객들의 당연한 기대에 이의 없이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재차 허리를 굽혔다.

GS건설 측은 설계 과정에서 보강근 결여를 확인하지 못한 점, 토사 다룸에 있어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한 점 등에 대해 모두 실수임을 인정했다.

GS건설은 “설계사가 가장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실수를 범했을 때 ‘무량판 구조인 이상은 어떤 형태를 취하더라도 무조건 보강근을 더해 시공한다’는 원칙을 견지해왔음에도 보강근이 결여된 이례적인 설계에 대해 크로스체크 등을 통해 완벽하게 걸러내지 못한 채 동일한 설계사에 단순히 재검토를 의뢰하는 안일한 대처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또 “그 밖에 조경 시공과정에서 토사를 다룸에 있어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했거나 기타 실수를 저지른 점도 깊이 반성하고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GS건설은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단지 전체 전면 재시공’ 결정을 내렸다.

GS건설은 “저희는 ‘자이(Xi)’ 브랜드의 신뢰와 명예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며 과거 자사 불량제품 전체를 불태운 경영자의 마음으로 입주예정자들의 여론을 반영해 검단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하고 입주지연에 따른 모든 보상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건물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저희 임직원 모두가 이 과정을 통해 자세를 가다듬고 진정으로 사랑받는 자이 브랜드로 한 단계 더 나아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붕괴현장을 비롯해 GS건설에 대한 조사는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GS건설 83개 현장에 대한 확인점검을 추진 중이다. GS건설에 대한 처분은 8월 중순께 발표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아파트 지상부에는 문제가 없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조사 과정과 결과를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국민들 앞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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