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골때녀'는 요즘… '골때녀'의 문제는… '골때녀'의 요즘 문제는 바로, '골때녀'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일까? '골때녀'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건 바로, 역시나, 당신이 예상하는 바와 같다. '골때녀'의 문제점은 리플레이다. 한 번 더 이야기하고 싶다. '골때녀'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여지껏 개선된 바가 없다. '골때녀'의 과한 리플레이 연출은 시청자들을 지치게 하고, 떠나가게 만들고 있다. 

위 글을 읽은 기분이 어떤가. 의미 없는 문장을 늘려가며 호흡을 늦추고 보는 이를 복장 터지게 한다. SBS 축구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 시청자들의 심정이 이와 비슷할 것이다.


   
▲ 사진=SBS '골 때리는 그녀들'


5일 방송된 '골때녀'의 FC개벤져스 vs FC스트리밍파이터의 경기에서 2회 이상 리플레이된 장면을 나열하면 △ 4회(일주어터 선방) △ 2회 (오나미 몸싸움) △ 2회(김민경 공 흘리기) △ 3회(김혜선 쓰루패스) △ 4회(김승혜 킥인) △ 5회(심으뜸 슈팅 시도) △ 4회(심으뜸 킥인-깡미 선제골) △ 6회(오나미 슈팅 시도) △ 4회(앙예원 슈팅 시도) △ 4회(심으뜸 슈팅 시도) △ 3회(김승혜-오나미 세트피스) △ 3회(김승혜-오나미 세트피스) △ 2회(김승혜 슈팅 시도) △ 3회(오나미 슈팅 시도) △ 3회(김혜선 중거리 슈팅) △ 8회(이은형 동점골) △ 5회(이은형-김승혜-오나미 세트피스) △ 4회(깡미 득점) 후반 8분 △ 2회(김혜선 킥오프) △ 2회(이은형 슈팅 시도) △ 4회(심으뜸 슈팅 시도, 앙예원 세컨드볼) 등 총 77회다.

물론 위 집계에는 다양한 각도에서 선수들 움직임의 이해를 돕는 리플레이 장면도 일부 포함돼 있다. 상황 식별이 힘들 정도로 급박한 순간이나 선수들이 뒤엉켜있는 장면에 그런 친절을 베푸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출발 드림팀'처럼 옛 예능에서 볼 법한 슬로우모션 및 반복성 편집이 경기 고유의 박진감과 흥미로운 리듬을 끊고 있다. 제작진 나름대로 긴장감과 재미를 부여하기 위한 장치겠지만, 스포츠는 스포츠 그 자체로 충분히 스릴 넘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스포츠는 억지로 장면장면을 붙이거나 떼어냄으로써 매끄러워지는 도예품이 아니다.


   
▲ 사진=SBS '골 때리는 그녀들'


전후반 각 10분, 총 20분의 짧은 경기를 하나의 에피소드에 배치해야 하는 제작진의 고충도 이해되지만, 시청자 결집을 방해하고 집중력을 흩뜨리는 요소가 있다면 과감히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짧은 시간 즐길 수 있는 쇼츠와 릴스가 전 세계적 유행을 타고, 즉각적으로 이해되고 소비되는 콘텐츠가 강세인 미디어 환경 속 '골때녀'의 늘이기식 연출 방식은 소비자의 니즈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골때녀'는 분명 예능프로그램이지만, 스포츠의 성격이 강하다. 수많은 축구 팬들이, 또 여성 축구의 매력에 빠진 시청자들이 안방 1열을 사수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경기의 생동감 그 자체. 몇 주, 몇 달간 훈련한 스타들이 치열하게 부딪히고 호흡하는 모습. 억지로 템포를 늦추거나 활약상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선수들의 슈퍼 플레이와 관중석 연예인들의 과한 리액션을 몇 번씩 보여준다고 해서 감흥이 극대화되지 않는다. 감동은 시청자 스스로도 이미 잘 느끼고 있다.


   
▲ 사진=SBS '골 때리는 그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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