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단 고지 넘어선 SK하이닉스, 지각 변동 예고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1000단 쌓을 예정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메모리 반도체의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낸드 시장의 기술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 300단의 고지를 넘어서면서 지각 변동을 예고한 것이다. 이에 삼성은 오는 2030년까지 1000단을 쌓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1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셀(cell)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용량을 늘리는 적층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 SK하이닉스가 ‘FMS 2023’에서 공개한 세계 최고층 321단 4D 낸드 개발 샘플 /사진=SK하이닉스 제공


특히 낸드는 단수가 높을수록 같은 면적에 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어, 수율(양품 비율)과 함께 기술 경쟁력의 대표적인 척도로 통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시장 급성장 등에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낸드 적층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경쟁의 포문은 SK하이닉스가 열었다. 이 회사는 지난 9일 ‘321단 4D 낸드’ 샘플을 공개하며 반도체 업계 최초로 300단 이상 낸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공식화했다. 양산은 2025년 상반기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당시 업계 최고층인 238단 낸드 4D 신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200단 이상 낸드는 기술 장벽의 한계로 여겨졌지만, SK하이닉스가 새 시대를 시작한 것이다. 이후 1년 만에 세계 최초로 300단 이상 낸드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또 한번 업계의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지난해에도 SK하이닉스가 238단 낸드 기술을 공개하자 마이크론이 232단, 삼성전자가 236단 수준 낸드 양산에 들어가며 적층 경쟁을 펼친 바 있다. 이밖에도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도 232단 낸드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재 세계 낸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하반기에 176단 7세대 낸드 양산에 들어간 데 이어 지난해 11월 8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아직 단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8세대 V낸드를 236단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테크 데이’ 행사에서 8세대 V낸드에 이어 2024년에는 9세대 V낸드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오는 2030년까지 데이터 저장장치인 셀을 1000단까지 쌓는 V낸드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도 소개했다. 1000단은 176단인 7세대 V낸드와 비교하면 5배 이상 저장 가능한 수준이다.

업계의 낸드 적층 경쟁은 메모리 반도체 불황을 타개할 돌파구로 꼽히고 있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낸드의 경우 반도체 업계의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스마트폰과 PC 등 낸드가 탑재되는 IT 기기의 수요가 둔화돼 낸드 가격이 감소했고, 매출 역시 추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고까지 늘어 업계는 일제히 감산에 들어간 바 있다.

더군다나 D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 업체가 경쟁하는 체제지만, 낸드의 경우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 YMTC 등 여러 업체가 생산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낸드 시장에서 적층 쌓기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불황은 지속되고 공급은 과잉인 상태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는 결국 기술력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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