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법원장 후보자 이균용…1차 관문, 국회 청문회서 현미경 검증
2차 관문, 국회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서 '과반 동의' 최대의 장벽
사법부 대표 '3부 요인', 여소야대 상황에선 야당에 비토권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신임 대법원장 후보로 이균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1990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부산, 광주, 인천 등 전국 각급 법원에서 판사와 부장판사로 재직했고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두 번 역임하는 등 32년간 재판과 연구에만 매진해 온 정통 법관이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균용 후보자에 대해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고, 개인 초상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판결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신장하는데 앞장서 온 신망있는 법관"이라며 "그동안 40여 편의 논문과 판례평석을 발표하는 등 실무 능력과 법 이론을 겸비하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그간 재판 경험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서 사법부를 이끌어나갈 대법원장으로 적임자라고 판단한다"고 추켜세웠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 후보자가 신임 대법원장이 되기 위해서는 2차례의 관문이 남아 있다.

첫 관문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현미경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 이균용 대전고등법원장이 14일 오전 대전고등법원에서 열린 비수도권 지법·고법·지검·고검 국정감사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2022.10.14 /사진=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은 재임 기간 내내 '코드 인사' 꼬리표를 떼어 내지 못했다. 김 대법원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우리법연구회·젠더법연구회·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진보 성향의 코드 인사로 일관하면서, '법원의 정치화'를 야기해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후보자가 신임 대법원장이 된다면 이를 어떻게 쇄신하고 사법부의 균형을 돌려놓아 독립성과 공정성을 바로 세울지,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자신의 복안을 국회의원들에게 밝혀야 한다.

대법원장에게 청렴함과 도덕성은 필수다. 사적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단호함도 필요하다. 이와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면, 대법원장 후보로 청문회에 서서 여야 의원들로부터 난타전을 당할 수 있다.

두번째 관문은 바로 국회 본회의 표결이다. 어찌 보면 인사청문회 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299명 의원의 마음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과반 출석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야당이 마음만 먹으면, 이 후보자의 대법원장 임명을 표싸움으로 가로막을 수 있다.

그만큼 대법원장이라는 자리는 무겁다. 임기 6년의 대법원장은 국무총리-국회의장과 함께 행정-입법-사법의 '3부 요인'으로 불리며 사법부 전체를 대표한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대전고등법원장으로 재임할 당시, 대전지방변호사회지에 글을 기고하고 "최고법원이 정치적으로 부과된 당시의 지배적인 정서에 조응하게 되면 법원조직은 냉정하고 지속적인 숙고를 혐오하는 군중의 열정을 포함할 수도 있는 선동이나 폭주하는 여론의 압력에 굴복하게 되고 광기가 질주하더라도 제동을 걸지 못하게 된다"면서 '사법부가 정치권력에 영향 받아선 안 된다'는 본인의 뜻을 강하게 밝혔다.

앞서 지난 2021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후보자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50억 클럽' 의혹에 대해 "법관은 실제로 공정해야 하고 또 공정하게 보여야 한다"며 '법원의 정치화'를 경계한 자신의 소신을 뚜렷하게 언급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가 이러한 자신의 가치를 청문회 자리에서 의원들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납득시킨다면, 야권의 반대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국회 표결을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 권력에 따르는 '법원의 시녀화', '정치화'가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입장에선 이재명 당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비롯해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관련 재판이 무더기로 진행 중이다.

이 후보자 지명으로 김명수 대법원장 교체 시기는 성큼 다가왔다. 당초 김 대법원장의 우군이었던 법관대표회의까지 김 대법원장에게 반발할 정도로, 사법 신뢰가 추락한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민주당이 신임 대법원장 표결에서 거대야당의 의석 수를 앞세워 '힘 자랑'에 나선다면, 사법부 전체에서 바라보기에 민주당이 설 공간이 더 비좁아지는 악수가 될 수 있다.

여러모로 이 후보자의 신임 대법원장 여부는 민주당에게 달려 있지만 상황은 복잡하다.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어떤 입장을 보이고, 여야 의원들에게 사법부 신뢰 회복의 적임자로 낙점받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