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집행 1997년 12월 30일 이후 한국,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
실제 집행이 관건…세계적으로 폐지 추세 속 아시아 절반 '유지'
정부 "집행시 EU와 외교관계 단절" 신중론…헌재, 두차례 합헌결정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3일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 중 2명이 뇌사일 가능성이 있다.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서 흉기를 소지한 20대 남성이 체포됐다. 대전 시내 고등학교에 침임해 교사를 찌르고 도주한 20대 남성이 체포됐다. 4일 오전 반나절 사이에 일어난 흉악범죄 내용이다.

서울 신림동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국민적인 공분을 산 가운데, 신림동 사건이 일어난지 13일만에 잇따라 일어난 흉악범죄로 전국이 뒤숭숭하다.

4일 대검찰청은 최근 잇따르는 '묻지마 흉기 난동'을 '공중에 대한 테러 범죄'로 규정하며 "반드시 법정최고형의 처벌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날 윤희근 경찰청장은 긴급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국민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흉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다"며 "흉기소지 의심자와 이상 행동자에 대해 법적 절차에 따라 선별적으로 검문검색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범죄 억제 차원에서 사형제를 부활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어나고 있다.

   
▲ 여름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3일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서 초계함 천안함을 상징하는 'PCC-722' 문구가 새겨진 모자와 천안함 티셔츠를 착용하고 진해 해군기지를 둘러보고 있다. 2023.8.3 /사진=대통령실 제공


대한민국에서 마지막 사형 집행은 지난 1997년 12월 30일 있었다. 김영삼 정무 말기로, 당시 '여의도광장 차량 질주 사건' 범인 김용제 등 23명을 대상으로 집행한 이후 없다.

그 이후 한국은 실질적인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어왔다. 대법원이 마지막으로 사형 확정을 내린 것 또한 지난 2016년 GOP 총기 난동 사건으로 5명을 죽인 임 모 병장의 사건에서다.

법적으로 존치되어 있지만 실제로 집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형제는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이를 되살리려면 사형집행 기관인 법무부 장관 선이 아니라, 행정부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나온 정부의 공식 입장은 신중론에 가깝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사형제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철학적 고민이 필요한 영역이며, 외교적 문제에서도 굉장히 강력하다"고 말을 아꼈다.

특히 한동훈 장관은 "여러가지 고려할 점이 많다, 사형 집행 시 유럽연합과의 외교관계가 단절될 수 있다"며 "가부를 명확히 말씀드릴게 아니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세계적으로 보아도 사형제를 현재 집행하고 있는 나라는 중동과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다.

유럽은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제외하면 사형제가 전면 폐지되었고, OECD 국가로 넓히면 미국과 일본만 사형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외에 브라질, 이스라엘, 칠레, 페루 등 6개국에서는 특수한 상황에 한해 사형을 제한적으로 명시했고 일반적인 상황(평시)에서는 사형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결국 전지구적으로 따지면 국가별로 다르지만 사형제는 폐지화에 가깝다.

한국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사형제에 대해 1996년 및 2010년 두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10년 이루어진 합헌 결정의 경우, 합헌 대 위헌 의견이 5 대 4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우선 사형제 찬성 여론은 아직 국내에서 막강하다. 사형제 존폐를 묻는 대다수의 전국적 여론조사에서 항상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을 정도다.

이는 자신이 지은 죄에 대가를 치른다는 형벌 특성상, 타인의 생명을 빼앗은 자는 본인의 생명을 내놔야 한다는 '응보주의'다. 극악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가장 무거운 처벌을 하는 것이 '정의 실현'이라는 취지다.

피해자 유가족이 범죄자들 죄의 무게에 합당하게 처벌을 받도록 해달라는 호소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국민 정서도 여전하다.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사형제 폐지 공개변론에서 법무부는 이에 대해 "살해된 피해자의 유족은 살 수가 없다"며 "유족의 울분을 우리 사회와 국가가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유족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한에 몸부림치며 매일을 고통 속에 살아가기 마련이다.

향후 사형제 부활의 열쇠는 윤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사형 집행이라는 실효성과 여파를 책임져야 할 주무부처가 법무부이고, 그 법무부를 최종 지휘하고 결정하는 의사결정권자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명무실화된 사형제를 폐지하게 되면 흉악 범죄 증가를 막을 도리가 없다는 점에서, 역으로 사형제를 제대로 부활시키자는 여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 흉악 범죄가 최근처럼 계속 일어날수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