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지난 24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본회의 통과 이후 일부 의원들이 지역구 사업비 유치 성과를 앞다투어 홍보하고 있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추경안 처리에서 가뭄·메르스 피해 복구보다는 고속도로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지역민원 예산 유치 등 지역구 사업비 예산 유치에 경쟁한 것이다.  

이같은 행보에는 여야가 없었다. 일각에서는 지금으로부터 9개월여 남은 내년 20대 총선을 대비해 의원들이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적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앞서 5조6000억원의 세입경정(현 2000억원 삭감)이 국채발행으로 조달된다는 점을 들어 “미래세대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전액 삭감할 것을 주장했다. 아울러 1조5000억원 규모의 SOC예산(현 2500억원 삭감)도 “총선용 선심성”이라며 전액 삭감 후 메르스·가뭄 피해 복구예산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소속 의원들은 지역구 사업비 예산 유치 경쟁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 총 11조5362억원 규모의 2015년 제1차 추가경정예산이 24일 본회의에서 협상 난항을 거듭한 끝에 가결된 뒤 여야 대표단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정성호(경기 양주·동두천) 새민련 의원은 본회의 통과 당일인 24일 보도자료를 내 이번 추경에 구리~포천 양주지선 민자고속도로 건설사업 보상비 200억원, 동두천~연천 전철화 사업 공사비 100억원 등 총 395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동원(전북 남원·순창) 의원은 27일 보도자료에서 609억원의 88고속도로(성산~담양간 구간) 확장사업에 추경예산과 올해 12월까지의 완공 약속을 받아낸 사실을 함께 전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인 김우남(제주을) 의원도 이날 제주지역 농촌용수개발 사업비를 기존 180억원에서 80억원 추가 확보했다고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다.

일찍이 SOC예산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새누리당에서는 서청원(경기 화성) 최고위원과 홍문표(충남 흥성) 제1사무부총장이 각자 200억원·400억원으로 총 600억원 규모의 서해선 복선전철 사업예산을 확보한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홍보했다.

박맹우(울산 남구을) 의원도 울산~포항간 고속도로 건설(500억원), 울산~함양간 고속도로 건설 (400억원), 울산~부산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사업(350억원) 등에 예산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 중 서 최고위원은 가뭄 극복· 재해 예방 등을 위한 추경예산과 특별교부금 240여억원 확보 사실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이번 추경안은 예기치 못한 국가적 비극에 대해 어렵게 마련한 것"이라며 "그 재원은 세수가 아니라 한마디로 빚이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이해관계, 국익을 생각하기보다는 자기 처신을 먼저 생각하는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또 이번 추경안에 포함된 지역 SOC예산에 대해 “지역 이해관계를 반영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무리하게 추경을 통해 편성한 것은 재선을 겨냥한 표의 포퓰리즘 즉, ‘표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지난달 25일 당정협의를 거친지 한달여만에 추경안이 통과된 점을 들어 더욱 신중한 예비타당성조사가 필요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실제로 일부 ‘실세’ 의원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에 의해 선심성 사업이 과도하게 포함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