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통과, 헌재 결정시까지 후임 장관 불가능해 '선제 대응'
탄핵소추 추진하던 민주당, 이종섭 사의 표명에 당론 채택 미뤄
윤 대통령, 안보장관 공백·야당 투쟁전선 함께 없앤 '정무적 판단'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오후 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 장관을 교체하는 2차 개각을 단행한다. 이날 이루어지는 소폭 개각에서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건 국방부 장관이다.

윤 대통령 본인의 필요 또는 명분으로 그런 것이 아니라, 대외적 여건의 변화로 장관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바로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 움직임이다.

이번 개각의 발단은 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1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자마자 12일 긴급의총을 열어 이종섭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최대한 빨리 당론으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 2023년 8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에서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맨 좌측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각각 자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는 '힘의 행사'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국방 장관의 권한 행사는 즉각 정지되고, 이 탄핵소추 의결로 인해 대통령이 장관을 직접 해임하거나 후임자를 지명할 수 없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기각하는 결정을 내릴 때까지 국방 장관은 업무에서 배제된다. 국방 안보 분야의 주무장관이 앞으로 수개월간 자리를 비울 위기에 처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월 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국무위원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고,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 일치로 탄핵안 기각을 결정하기까지 무려 167일간 업무에서 배제됐다.

이번 이 장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헌재가 최대한 빨리 결정을 내더라도 최소 5개월은 걸릴 것이라는게 법조계 관측이다.

더욱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고 양국간 무기 거래까지 가시화된 상황이다. 이에 즉각 대응해야 할 대한민국 국방장관이 5개월 넘게 업무에서 배제된다면 그에 따른 안보 여파는 상상하기 힘들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의결하기 전, 이 장관이 직접 사의를 표명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를 윤 대통령이 추후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당하게 인사권을 행사해 이번 사태를 '우회적으로' 돌파하게 됐다.

현재와 같은 안보 위기 속에 후임 장관 지명이 불가능한,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윤 대통령이 일종의 선제적 대응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부분 개각을 통해 국가안보를 총괄하는 국무위원의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고 채 상병 사망 사건'이라는 야당의 현 투쟁전선을 한번에 없애는 선택을 하게 됐다.

또한 민주당이 행정부 장관에 이어 국방부 장관까지 탄핵을 추진해 정부의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마비시키려 한다는 '역공카드'도 쥘 수 있게 됐다.

이뿐 아니다. 그동안 시끄러웠던 홍범도 흉상 이전 논란 등 국방부의 정치적 부담을 덜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실제로 지난 12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 방침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의총 도중 이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알려지자, 14일로 논의를 미뤘다.

13일 오후 대통령실이 신임 국방부 장관을 발표하면, 민주당의 투쟁전선은 무의미해진다.

1년 사이에 장관을 두 명이나 탄핵하겠다고 나서는 역대 정당은 어디에도 없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거대야당의 '비토'라는 난국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