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금리 떨어지며 상승 흐름 형성…엔비디아‧SK하이닉스 관심↑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외 증시가 회복 흐름을 나타내면서 연말에 주식이 오르는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 증시는 역대 신고가에 도전하며 상승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엔비디아를 필두로 반도체 종목군이 좋은 흐름을 나타내는 중이다. 한국 역시 이에 영향을 받아 전반적인 상승세가 기대되지만, 종목 선정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월‧10월 두 달간 부진을 면치 못했던 증시 상황이 조금씩 반전의 모멘텀을 다지고 있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증시 역시 지난 2개월은 ‘하락의 시간’이었다. 한국 증시와 연관성이 높은 나스닥 지수의 경우 지난 7월 중순 1만4446.55까지 상승했지만 8월 들어 주춤하더니 10월 하순경에는 1만2543.86까지 떨어졌다.

산타랠리, ‘레일’은 깔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간 전쟁까지 추가되면서 악재가 더욱 도드라졌지만, 실질적으로 미국 증시를 강하게 압박했던 지표는 장기국채 금리였다. 특히 10년물 국채금리의 경우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연 4.0%를 훌쩍 넘어서 결국 지난달엔 5.0%대까지 건드렸다.

10년물 금리가 5%를 넘긴 것은 지난 2007년 이후 처음이었다. 금리가 이렇게 높은 수준에서 지속될 경우 제아무리 미국이라 해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터져 나온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결국 최근까지 일관되게 미국 장기채에 대한 숏 포지션을 취하고 있던 ‘리틀 버핏’ 빌 에크먼이 지난달 하순 자신의 포지션을 ‘청산’했다는 뉴스가 나온 이후 금리 추이가 꺾이기 시작했다. 

   
▲ 국내외 증시가 회복 흐름을 나타내면서 연말에 주식이 오르는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현시점 10년물 금리는 4.5% 아래로 내려와 있고, 나스닥은 다시 1만4000선을 회복하며 지난 여름 기록한 전고점을 노리고 있다. 이번 주 발표된 10월 미국 소비자‧생산자물가지수(CPI‧PPI) 역시 상승추세가 꺾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을 대두시켜 증시에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미국 상황이 어느 정도 호전되자 한국 증시도 이달 들어 코스피‧코스닥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한국의 경우 이달 초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전면금지’한 것도 단기적인 지수 슈팅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회복조짐이 완연해진 국내외 증시 상황에서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이냐로 좁혀지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도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종목 하나가 꿈틀대며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DA)다.

열차의 첫 칸 – 엔비디아, 그리고 TSMC

지난 8월24일 장중 한때 주당 500달러를 돌파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던 엔비디아는 이후 두 달여간 주가가 횡보하며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것이 국채금리 하락과 함께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특히 이달 들어서 엔비디아 주가는 10거래일 연속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상승하다가 지난 15일이 돼서야 처음으로 하락했다. 전고점 수준에 도달한 만큼 어느 정도의 건전한 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엔비디아 못지않게 긴 침체의 시간을 거쳐 용틀임을 하고 있는 반도체 기업이 하나 더 있다. 나스닥에 상장된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다. 중국과의 지정학적 갈등까지 주가에 영향을 주면서 TSMC 주가는 지난 6월의 110달러를 고점으로 크게 하락했다. 

지난 9월 하순엔 주가가 85달러 밑으로까지 떨어지며 반도체 섹터 전반에 대한 전망마저 흐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TSMC 역시 이달 들어 강력한 반등세를 보여주며 현재 주당 100달러에 다시금 도전하고 있다.

결국 엔비디아의 주가 500달러, TSMC의 주가 100달러가 반도체 업종은 물론 미국 증시 전체에 대한 지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오랫동안 심리적 저항선 역할을 해온 각 종목의 가격선이 ‘지지선’으로 바뀔 경우 미 증시 분위기 전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당연히 한국 증시 흐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며, 이 논리에 따라 한국의 경우에도 우선은 반도체 업종에 먼저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 여전히 시장 선도”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은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두 회사 모두 11월 들어 강력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이번 주 들어서 거의 매일 장중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선전은 여타 반도체 테마주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한미반도체를 필두로 HPSP‧하나마이크론‧하나머티리얼즈 등의 회사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반도체는 최근 산업계 전반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공지능(AI) 관련 이슈로도 엮이기 때문에 상승 모멘텀은 이미 갖춰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반등 중”이라면서 “DRAM 판가는 3분기 들어 8개 분기 만에 상승 전환했고, 공급사들의 공급조절 기조가 급하게 선회되지 않는다면 제한적인 공급 증가로 2024년 DRAM 시장은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선호주로 SK하이닉스‧케이씨텍을 제시한 서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여전히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면서 “HBM 투자에 따른 전 공정 장비사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장기 라인 재가동과 신규제품 추가공급 가능성이 있는 하나머티리얼즈‧코미코 등을 관심 종목으로 꼽았다.

이미 주가가 고가권에 진입해 있는 한미반도체에 대한 ‘조심스러운 낙관’도 눈에 띈다. 한미반도체 주가는 지난 10일 장중 6만7900원까지 올랐지만 다음 거래일인 14일엔 13% 가까이 급락하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이에 대해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 14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한미반도체에 대해 “추가적인 고객사 다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매출 역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AI 서버에 적용된 HBM 역시 AI 시장 성장의 초기 단계임을 고려할 때 현재의 주가하락은 과도하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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