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자료제출 문제로 국가정보원-전문가 간담회를 무산시킨 새정치민주연합이 최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국정원에 대한 ‘꼬리물기’식 의혹 제기로 일관하는 모습을 재연했다.

국정원 직원 임모씨(45) 자살 사건에 대한 경찰청과 중앙소방본부의 해명에 따라 정청래 의원이 제기한 ‘번개탄 구입 의혹’ 등 최근 제기된 의혹들이 ‘불발’되면서 진상규명을 위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11일 새민련에 따르면 당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이 ‘해킹팀’에서 유출된 400기가바이트(GB) 분량의 이메일 자료에 대한 자체 분석 결과를 12일 공개하면서 추가로 의혹을 제기할 뜻을 밝혀 논란은 한 달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 1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는 강신명 경찰청장(왼쪽)과 조송래 중앙소방본부장(오른쪽)이 출석해 국정원 직원 임모씨(45)의 사망 사건과 관련한 현안을 보고했다./사진=미디어펜

새민련은 전날 안행위에서 경찰청·중앙소방본부에 ▲임씨가 자살에 사용한 번개탄 구입 장소 문제 ▲다른 국정원 직원 강모씨의 출현 및 수색 작업 협력 경위 ▲사건 현장에 경찰 도착이 늦은 이유 ▲국정원·소방당국의 ‘경찰 따돌리기’ 공모 여부 ▲경찰·소방당국의 시신 사진 차이 ▲차량 조기 폐차 등 각종 의혹을 쏟아냈다.

정청래 의원은 임씨가 사망 당일인 지난 18일 새벽 번개탄을 구입한 사실이 없다는 의혹을 경찰 측에 제기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번개탄 판매 여부를 조사한 마트의 위치로부터 약 1.5km 떨어진 동명의 마트에서 임씨가 번개탄을 구입한 것으로 밝혀지자 의혹을 철회했다.

또한 정 의원은 임씨를 사건 당일 오전 11시55분께 발견한 소방당국이 촬영한 시신 사진과 경찰이 오후 12시50분께 현장에 도착해 촬영한 사진 속 임씨의 자세가 다르다며 국정원 개입에 의한 ‘사건 현장 훼손’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11일 오후 경기지방경찰청 형사과는 경기청 기자실에서 설명회를 열고 “소방당국이 사건 당일 찍은 사진 4장을 받아 분석했다”며 “촬영 각도 등이 달라 생긴 오해일 뿐 현장이 훼손된 것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또한 "당시 소방관들은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차량에서 70여m 떨어진 지점에서 현장을 보존하고 있었다"며 "그 사이 국정원 직원이 차량에 접근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외 야당 의원들은 국정원 측이 소방당국과 공모해 의도적으로 경찰을 따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소방당국과 소방공무원 등을 집중 추궁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찰 도착이 50여분 지연된 것은 소방당국이 경찰을 임씨가 발견된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 ‘산77번지’로 인도하는 과정에서 혼선을 겪었기때문이라고 당국은 설명했다.

최초 소방당국에서는 사건 현장의 주소를 화산리 ‘산77번지’가 아닌 기지국 기준 주소인 ‘800번지’로 경찰에 잘못 안내했으며 주소명에서 ‘산’이 누락된 ‘77번지’로 재차 잘못 인도한 것은 지리정보시스템(GPS)과 연계된 긴급구조시스템상 표기 오류가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현장으로 인도되기까지 경찰은 소방당국과 8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또한 당시 이 사건을 긴급구조활동으로 간주하고 수색을 진행했으며 임씨가 국정원 직원인 것 역시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따라서 수색 도중 나타나 스스로를 임씨의 ‘회사 동료’라고 소개하며 국정원 직원 강모씨를 통상 구조활동 절차에 따라 가까운 관계자로 파악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조기 폐차’ 논란을 낳은 임씨의 차량에 대해 “6시간 반에 걸쳐 현장에서 정밀 감식을 실시했다”면서 “차량에서 증거가 될만한 것은 모두 확보했기때문에 통상절차에 따라서 인도하는것이 현장의 판단이고 저는 그 판단이 옳았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또한 가장 최근의 차량 내 변사사건 10건을 조사한 결과 소유권자에 대한 차량 인계 처리가 8건은 당일, 2건은 그 다음날 이뤄진 사실을 근거로 들어 비정상적 사례가 아님을 강조했다.

이같은 해명에 야당 의원들은 제기된 의혹을 재차 강조하거나 일부 조치의 ‘규정 위반’ 지적, 자료제출 미흡을 강조하며 당국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유력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함에 따라 대다수 주장은 여전히 의혹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야당은 출동한 소방차 내 블랙박스 기록 28분 분량이 녹화되지 않은 점, 임 과장의 유서가 경찰이 아닌 언론보도를 통해 먼저 공개된 경위 등과 관련한 의혹 제기를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어 논란의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