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상' 시대 저물고 '따따블' 시대 개막…제도개선 방향성 비판도
올 한 해 국내 증시는 작년의 하락분을 상당 부분 회복하며 견조한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주가폭락 및 조작 사태 등으로 많은 투자자들의 근심이 깊어진 기간이기도 했다. 2차전지와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은 시장을 설레게 했고, 연말엔 다시금 도래한 ‘반도체의 시간’이 내년 흐름을 낙관하게 만들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신규상장주(IPO) 가격변동폭 확대‧공매도 전면금지 등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았고, 업계는 달라진 시장상황에 면밀히 대처하기 위한 임직원 세대교체에 돌입했다. 미디어펜은 5회에 걸쳐 2023년 국내 증시 주요 이슈를 되돌아 본다.

[2023결산-증권③]IPO시장 변동성↑…신규상장주 베팅하는 개미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올 한 해 신규상장(IPO) 시장은 연중 내내 이례적인 관심을 받았다. 원인은 여러가지다. 우선 시장의 관심을 독차지할 만한 종목들이 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두산로보틱스, 에코머티리얼즈, LS머트리얼즈 등은 한 해 증시가 마감되려는 현재 시점까지도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2023 신규상장주’들이다.

   
▲ 올해 IPO 시장은 6월부터 중요한 제도변경을 거치면서 시장의 관심을 독점했다./사진=김상문 기자


IPO시장의 활황은 숫자로도 증명된다. 올 한 해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종목은 스팩·리츠·재상장 등을 제외하고도 총 82개사다(상장예정인 DS단석 포함). 지난 5년간(2018~2022년) 연간 IPO 종목 숫자가 평균 76개임을 감안하면 평년 대비 많았다. 컬리, 오아시스, 서울보증보험 등 대어급 기업들이 연이어 상장을 철회하는 악재가 있었지만, 전체로 보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온 셈이다.

특히 올해 IPO 시장은 6월부터 중요한 제도변경을 거치면서 시장의 관심을 독점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6월 말 신규상장 종목의 가격제한폭을 공모가의 90~200%에서 60~400%로 대폭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지난 수년간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따상’의 시대는 저물고 ‘따따블’의 시대가 개막했다. 상장 첫날 공모가의 4배까지 주가가 상승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제도변경 초기만 해도 400% 상승에 대해서는 ‘이론상 가능할 뿐 실현은 쉽지 않다’는 견해가 많았다. 하지만 그런 전망과 함께 한 해가 마무리되려는 12월 들어서부터 따따블 종목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지난 6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케이엔에스를 필두로 LS머트리얼즈도 시장의 뜨거운 관심과 함께 따따블 데뷔에 성공했다. 이후 상장한 블루엠텍 역시 장중 주가가 299.5%까지 뛰었다. 단, 그 직후부터 장중 주가가 급락하면서 IPO 종목의 위험성을 동시에 노출시켰다.

가격변동폭 확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신규상장 주식을 마치 코인처럼 극심한 변동성에 노출시키는 게 과연 맞느냐는 논란이다. 굳이 주가가 따따블까지 오르지 않더라도 단타 세력 수급이 해당 종목에 집중되면서 시장 전체의 수급이 꼬인다는 비판도 더러 나온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종목 변동폭은 ±30%에 묶어두면서 신규상장만 수백 퍼센트 변동폭을 허용하니 수급에 왜곡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어떤 취지로 제도를 변경한 것인지 알 수 없고, 차라리 국내 증시 상·하한가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IPO 시장에선 제도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른바 ‘파두 뻥튀기 상장 논란’이다. 지난 8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파두는 3분기 상식 밖의 ‘어닝쇼크’를 기록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태 이후 한국거래소와 감독 부실과 상장주관 증권사들의 도덕성 논란이 불거졌고, 특례 상장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됐다. 현재 법무법인 한누리가 관련 사안으로 집단소송 추진계획을 공개한 상태이며, 금융당국은 IPO 시장의 재무정보 투명성 강화에 나섰다.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IPO 시장이 연말로 올수록 뜨거운 열기를 유지한 것만큼은 사실이다. 현시점 국내 증시에서 가장 거래량이 많은 종목들인 두산로보틱스·에코프로머티·LS머트리얼즈가 전부 올해 IPO주들인것만 봐도 그렇다.

관심은 자연히 내년 신규상장주들로 집중된다. 내년도 ‘코스피 1호 상장’이 유력한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이 기업가치 1조~1조5000억원의 대어급으로 우선 거론된다. 이밖에 HD현대마린솔루션, 엔카닷컴 등이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상태이며 케이뱅크, LG CNS, SK에코플랜트 등이 내년 증시 입성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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