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부동산부 서동영 기자
[미디어펜=서동영 기자]건설업계가 숨을 죽인 채 태영건설을 바라보고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여부를 둘러싸고 태영그룹과 채권단의 갈등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은 2024년 새해를 며칠 앞둔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 개시 결정은 오는 11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결정하게 된다. 즉 태영건설의 운명은 채권단 손에 달렸다는 뜻이다. 

그런데 채권단은 워크아웃 개시에 대해 미지근한 반응이다. 태영건설 정상화에 대한 태영그룹의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나이 아흔의 윤세영 회장이 지난 3일 열린 채권단을 위한 설명회에 직접 나와 "태영건설을 살려달라"며 눈물로 호소했지만 채권단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과 관련, 채권단과 태영그룹간 설전이 오갔다. 태영그룹은 4일 매각대금 1541억 원 전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고 강조했지만 다음날 산업은행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채권단이 태영그룹과 각을 세우는 이유는 윤세영 회장 등 오너일가가 사재출연을 약속하지 않는 등 자구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태영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을 살펴보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추진 및 매각대금의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이다. 

   
▲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사옥./사진=태영건설


채권단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태영그룹이 또 다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태영그룹이 소유한 민영방송사 'SBS' 지분 매각이다. SBS 지분 매각이 없다면 채권단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다. 

SBS 지분 매각 여부를 놓고 온갖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태영그룹이 SBS를 소유하기 위해 태영건설을 '손절'한다는 루머까지 나오고 있다. 오직 'SBS 지분 매각'만이 워크아웃 돌입을 위한 열쇠로 떠오른 것이다. 

채권단과 태영그룹이 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 태영건설 협력사들과 태영건설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들은 뒷전이 되고 있다. 워크아웃 목적 자체는 태영건설을 정상화시켜 빚을 갚게 하는 것이지만 넓게 보면 협력사와 수분양자 보호도 있다. 

정부는 태영건설과 관련된 사업장과 분양 계약자, 협력업체 보호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분양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대금을 환급하거나 사업장을 인수해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협력사와 수분양자들의 불안함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태영그룹 역시 협력사와 수분양자를 보호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SBS 지분매각 포함 자구책 마련을 위해 노력 중이라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태영건설이 이대로 부도처리 된다면 SBS를 지키더라도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윤세영 회장은 채권단 설명회에서 "태영이 이대로 무너지면 협력업체 줄도산을 피할 수 없고 국가 경제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부도를 막기 위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호소했다. 이제는 그 말이 진심임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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