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과 1년간의 동행을 끝낸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서둘러 작별 인사를 전하며 한국과 인연을 끝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6일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축구협회 임원들이 참석한 임원회의를 열고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선수단 관리 등 지도력에도 문제점을 드러낸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결정했다. 협회 측은 곧바로 클린스만 감독에게 전화로 해임 통보를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 통보를 받은 직후 개인 SNS에 대표선수들을 지도하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리면서 “모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한국의 축구팬 여러분께 진심을 담아 감사드린다"고 작별 메시지를 올렸다.

   
▲ 한국대표팀 감독직에서 해임된 클린스만 감독이 개인 SNS를 통해 작별 인사를 했다. /사진=위르겐 클린스만 SNS


이어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준결승 이전까지 이어졌던 13경기 연속 무패 행진과 준결승전에 보내준 성원에 감사하다"며 "계속 파이팅 하기를"이라고 인사했다.

그런데 클린스만 감독이 이 게시물을 SNS에 올린 것은 아직 정몽규 회장이 감독 경질을 공식 발표도 하기 전이었다. 임원회의의 감독 교체 결정은 회의 중 결정이 났고, 곧바로 클린스만 감독에게 전화로 해임 통보를 먼저 했다. 

그러자 클린스만 감독은 이미 경질이 될 것을 예상하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13경기 연속 무패'라는 자신의 '공'을 앞세우며, 한국 축구팬들에게 엄청난 실망을 안긴 자신의 '과'는 전혀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작별 인사부터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 게시물의 댓글 달기 기능을 없앴다.

이로써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2월 한국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지 1년만에, 계약 기간을 많이 남겨두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또 한 번 실패한 감독이 된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한국대표팀을 이끌 예정이었다. 하지만 부임 당시 목표로 내걸었던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했다. 한국은 4강까지 올랐다가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0-2로 완패하며 탈락했다. 요르단전 부진뿐 아니라 대회 내내 제대로 된 전술 없이 경기 운영을 한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력은 낙제점을 받았다. 국내에 체류하지 않는 근무 태도 논란에 최근 드러난 선수단 내 불화를 제대로 관리, 통제하지 못한 책임론까지 불거졌다.

결국 대한축구협회와 정몽규 감독은 여론애 밀려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할 수밖에 없었다. 계약 기간이 많이 남은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함에 따라 축구협회는 약 80억원으로 추정되는 위약금을 지급해야 하는 큰 부담을 안고 새 감독 선임 작업에 나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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