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성동규 기자]화성산업 3세 이종원 회장이 기업의 얼굴인 CI(Corporate Identity)를 교체하고 신규 하인엔드 주택브랜드 'EHCRA'(에크라) 론칭도 추진하고 있다.

과거 아버지 이인중 명예회장과 숙부 이홍중 회장 사이 경영권 분쟁으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시키고, 이종원 회장 본인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계기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 화성산업 창업주 3세 이종원 회장./사진=화성산업 제공

화성산업은 지난달 6일 새로운 CI 후보를 특허청에 상표 출원했다. 화성산업은 상표 출원에 앞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여러 CI 후보에 대한 선호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공개시점은 창립 66주년을 맞는 올해 9월로 예상되고 있다. 

상표 출원 이후 상표 등록까지 길게는 1년여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기를 맞추지 못하고 내년으로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존 CI와 관련해 화성산업 안팎에서는 구시대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CI가 내포하는 긍정적인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와 동떨어진 촌스러운 디자인이라는 목소리가 많다"고 지적했다.

혹평에도 12년간 유지된 CI의 갑작스러운 교체 배경에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인중 명예회장에서 이종원 회장으로 세대 교체되는 과정에 더 젊고 역동적인 정체성을 CI에 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원 회장이 지난해 말 이인중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 2.96%(30만 주)를 증여받아 지분 10.14%(102만8730주)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 지배력을 강화한 것도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속내도 깔려있다고 평가한다. 

창업주 고(故) 이윤석 회장이 1958년 설립한 화성산업은 장남인 이인중 명예회장과 차남인 이홍중 회장이 함께 40여 년간 2세 경영을 이어왔다. 

이인중 명예회장의 아들인 이종원 대표가 이홍중 회장과 공동대표를 맡으며 2‧3세 경영을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다. 그런데 이홍중 회장이 2021년 말 관계사인 화성개발이 보유 중인 화성산업 지분 112만 주를 본인이 지배하는 동진건설에 매각하면서 형제간 갈등이 불거졌다.

2022년 초 이인중 명예회장은 이홍중 회장이 화성산업 경영권을 독차지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했다며 이홍중 회장을 비롯해 화성개발 이사진, 자회사 동진건설 이사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이종원 대표가 회장으로 취임해 화성산업을, 이홍중 회장이 화성개발과 동진건설을 각각 맡기로 하면서 일단락이 났다.

한편 화성산업이 새 CI와 함께 신규 하이엔드 주택브랜드 'EHCRA'(에크라)의 BI도 같은날 특허청에 상표출원했다. 

이종원 회장은 취임 이후 사업 터전인 대구를 벗어나 수도권으로 수주시장을 넓히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화성산업은 서울 정비사업 시장 진입을 위해 서울 지사에 관련 인력을 충원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들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져 수주가 쉽지 않아 당장 새 BI가 등록돼도 이를 적용할 단지가 마땅히 없는 실정이다.

또한 최근 공사비가 상승하며 조합과 시공사간 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공사비가 높은 하이엔드 브랜드가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화성산업 관계자는 "지난달 새 CI와 BI를 상표 출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며 "CI 교체와 하이엔드 브랜드 론칭 등은 검토하다가도 얼마든지 무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