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별세로 상속세 문제 수면 위
국내 굴지 기업 모두 같은 처지…총선 후 행방 갈릴 듯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별세로 효성가의 상속세에 관심이 모아지면서 재계의 오래된 숙제인 상속세 완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재계에서는 총선 후에 세법 개정에 대한 행방이 가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고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은 약 7200억 원 규모로, 최대주주 할증을 포함한 상속세율이 최대 60%라는 점을 감안하면 효성가가 국가에 지불해야 하는 상속세는 최소 4000억 원대로 추정된다. 

   
▲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별세로 효성가의 상속세에 관심이 모아지면서 재계의 오래된 숙제인 상속세 완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재계에서는 총선 후에 세법 개정에 대한 행방이 가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 일부 지분을 매각하거나, 유족들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시선이다.

이는 비단 효성가 뿐 아니라 앞서 총수를 떠나보낸 국내 굴지의 기업들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상속세가 기업이 영속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현행법상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인데다, 최대주주 지분을 상속·증여할 때는 평가액의 20%를 할증해 과세한다. 기업을 물려받기 위해서는 60%라는 상속세율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상속세를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OECD 38개 회원국 중 15개국이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고, 상속세를 부과하는 23개국의 경우에도 직계비속에게는 세율을 경감하거나 면제해주는 국가가 대부분이다.

여기에다 상속세의 경우, 이미 소득세를 지불한 재산에 대해 상속을 이유로 세금을 한 번 더 물리는 것이어서 ‘이중과세’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관련 제도가 개정된 2000년 이후 24년 동안 상속세에 대한 개혁이 전무한 상태다. 

취임 후 줄곧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상속세 개편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우리나라에 많은 기업들이 1세대를 지나 2세대, 3세대로 넘어가고 있는데 상속세를 신경 쓰느라 혁신은커녕 기업 밸류업이나 근로자 처우 개선에 나설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며 “얼마나 비효율적인 일이냐”고 한 바 있다.

상속세에 대한 윤 대통령의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17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네 번째 민생토론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상속세가 과도한 할증 과세라고 하는 데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소액 주주는 주가가 올라야 이득을 보지만,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게 된다. 거기다가 할증세까지 있다”며 그동안 학계와 재계가 지적해 온 상속세의 문제점을 콕 집어 언급하며 상속세 완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였다.

기획재정부도 역시 지난 2022년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전문가 전담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지만 국회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의 그늘에 가려 대대적인 혁신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사황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상속세를 둘러싼 논의의 향방은 총선 이후에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당이 승리할 경우 상속세를 포함한 세제 개편안에 속도가 붙겠지만, 야당이 다수를 점할 경우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재계 관계자는 “상속세는 일부 기업가들에게만 적용되는 세법이 아닌, 온 국민의 문제가 된지 오래”라며 “이를 진영 논리로 접근하기 보단 무엇이 더 합리적인 선택인지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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