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연책' 제시에도 의정갈등 진전 없어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올 2분기부터 국내 제약사들의 실적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 집단 이탈이 두 달가량 이어지는 가운데 당장 1분기에 미치는 영향은 적었지만, 그 기간이 길어질 수록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 되자 정부가 일반 환자에 대해 국군병원 응급실 12곳을 개방한 지난 3월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23일 업계에 따르면 고가의 항암제를 포함한 의약품과 의류기기 같은 물품 공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한 의약품 유통 업체는 상급종합병원에 공급하는 의약품 품목이 의정갈등이 발생하기 이전과 비교해 약 3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가 취급하는 의약품 품목의 80%는 상급종합병원에 공급된다.

의료공백이 장기화할 수록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품목은 수액과 마취제, 진통제 등 입원·수술에 필요한 것들로 꼽힌다. 제약사 매출 상위를 차지하는 항암제와 고가의 희귀질환 치료제도 공급이 줄어든다면 실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통상적으로 대형병원에선 의약품 유통업체 및 제약사와 계약을 맺을 때 반기나 분기 별로 기간을 정해서 발주를 한다. 이러한 영향에서 올 1분기 주요 제약사에 미친 영향은 그리 크지 않으며, 증권가에선 비교적 선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의정갈등이 길어질 수록 매출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의정갈등이 길어지면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다"며 "다만 지금 당장은 계약 단위가 기간별로 품목을 발주하기 때문에 그 피해가 가시화 되지 않은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중간에 유통업체를 끼지 않고 대형병원에 직접 공급하는 전국 물류망이 있는 경우 의료 공백에 따른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대형병원에 직접 공급할 수 있는 전국 물류망을 갖춘 상위 제약사로는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등이 있다. 

이어 "수액이나 마취제 등 수술 관련 의약품 제조사와 내수 실적이 기업가치에 중요한 전통·중소형 제약사들의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뿐만 아니라 영업사원들의 활동 제약은 계속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태가 불거졌을 때보다 대면하기가 더욱 힘들어진 분위기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유선으로라도 접촉이 어려우니 영업하기 힘든 상황인건 맞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일 정부는 고수하던 의대 2000명 증원에서 한발 물러서 증원 정원의 50~100% 범위 내에서 신입생 모집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하면서 의정갈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오는 25일이면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지 한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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