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가운데 한국 사회가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이후 4개월 동안 민주주의의 원상회복력을 입증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해설했다.

   
▲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4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NYT는 '한국 민주주의가 무모한 지도자를 이긴 방식'이라는 제목의 서울발 분석 기사에서 지난 4개월간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점과 회복력이 동시에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이 매체는 우선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민주주의의 취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봤다.

오랜 기간 아시아에서 민주화의 모범사례로 여겨졌던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면 다른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민주주의 체제의 속성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를 전한 것이었다.

그러나 NYT는 윤 전 대통령이 보낸 군 부대원들이 국회에 쳐들어가는 것을 봤을 때 사람들의 대응이 즉각적이었다는 점을 주목하며 한국 민주주의의 원상회복력을 보여줬다고 짚었다.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맨손으로 군대를 막아서면서 국회가 계엄 해제 투표를 할 시간을 벌었고 나중에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NYT는 한국인에게 민주주의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고문, 투옥, 유혈 사태를 겪으며 수십년간 투쟁을 통해 쟁취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이 삶에서 깊이 소중히 여기는 부분이 민주주의"라며 "독재 종식, 자유선거, 권력남용 지도자 축출 등 모든 주요 정치적 이정표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 뒤에 성취된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1980년대 언론인으로서 한국을 취재했던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의 쿠데타 시도에 대한 대응은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성을 보여줬다"며 "특히 1980년대에 태어나지도 않았고 독재 통치가 돌아올 위험을 처음으로 경험한 젊은 층의 열정이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결정에 보수 성향의 재판관들도 동참했다는 사실은 사건의 명확성을 보여줄 뿐 아니라 이념적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도 보여줬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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