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로 부상…완성차업계, 하이브리드 전략 가속화
올해 1분기 10만3768대 판매…전기차 대비 3.6배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전기차와 내연기관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HEV)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하이브리드가 완성차 업계의 실적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경제성과 친환경성이라는 강점을 무기로 하이브리드차의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완성차업계는 하이브리드 기술 고도화와 라인업 확대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21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38만6490대로 전기차(12만2775대)의 약 3.1배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는 하이브리드차가 10만3768대 팔려 전기차(2만8547대)보다 3.6배 많은 실적을 기록했다. 

하이브리드 점유율 역시 꾸준히 상승 중이다. 국내 완성차 5사의 하이브리드 점유율도 2020년 8.4%에서 2024년 26.5%로 3배 이상 증가했고, 수입차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가 전체 판매의 66.3%를 차지하며 절대 강세를 보였다.

   
▲ 현대차, 디 올 뉴 팰리세이드./사진=현대차 제공


◆ 업계, 기술 개발 고도화현대차그룹, 차세대 HEV 기술 공개

하이브리드 기술력은 전동화 전환기의 핵심 전략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각 완성차 브랜드는 다양한 하이브리드 기술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실용성과 친환경성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내연기관과 전동화의 장점을 극대화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개했다. 두 개의 모터를 탑재한 신규 변속기를 중심으로 전용 엔진과 전기차에서 활용되던 다양한 전동화 특화 기술을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이 시스템은 향후 소형부터 대형, 럭셔리 차종까지 폭넓게 적용될 예정으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환기에 하이브리드를 균형추로 삼아 전동화 라인업의 저변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현재 풀하이브리드(HE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다양한 형태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한 신차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최근 푸조는 전기차의 정숙성과 효율, 내연기관의 직관적인 주행 감각을 결합한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308 모델을 국내에 출시했다. 

푸조의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48V 기반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지만 기존 마일드 하이브리드와는 차별화된 구조를 갖는다. 일반적인 MHEV는 전기 모터 단독 주행이 불가능한 반면,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주차, 저속 주행, 정체 구간 등에서 전기 모터만으로도 주행이 가능하다. 푸조는 올해 하반기에 이 기술을 적용한 '408 스마트 하이브리드'와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 브랜드별 경쟁 본격화…HEV 모델 부재, 실적 위협 요소

하이브리드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완성차 업계는 주력 차종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라인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4월부터 대형 SUV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고객 인도를 시작했다. 이 차량에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개발된 2.5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이 탑재됐다.

기아는 쏘렌토 하이브리드와 카니발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국내 하이브리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두 모델 모두 하이브리드 중심의 상품성을 강화하며 높은 판매량을 이어가고 있다. 기아는 내년 셀토스 하이브리드 출시도 준비 중이다. 기아는 2030년까지 친환경차 판매량을 233만3000대(56%)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중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목표는 107만4000대다.

하이브리드 대중화를 선언한 르노코리아의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는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이 90%에 달할 정도로 브랜드의 전동화 기반 매출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최근 중국 BYD와 공동 개발한 '토레스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시장 공략에 나섰다. 토레스 하이브리드는 KGM 최초의 하이브리드 모델로 BYD의 배터리 기술과 효율 시스템이 적용돼 연비와 주행 성능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수입차 업계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잇달아 출시하며 소비자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토요타, 렉서스, 벤츠, 볼보, BMW 등 수입차 브랜드 역시 하이브리드 중심 재편이 뚜렷하다. 지난 2월 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에 선보인 PHEV 모델 메르세데스-AMG E53 하이브리드 4MATIC+는 순수 전기로 최대 66km 주행이 가능하며, 렉서스코리아가 지난해 출시한 대형 SUV '디 올 뉴 LX700h'는 렉서스 최초로 GA-F 플랫폼을 활용한 4세대 모델로 국내에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으로만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는 단순한 과도기 기술이 아니라 전동화 시대의 실질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없는 브랜드는 실적 방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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