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CJ헬로비전 인수에 방송·통신 시장 지각 변동

[미디어펜=이미경 기자] 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 경쟁사인 KT와의 치열한 방송·통신 시장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이번 인수를 통해 통신 뿐만아니라 방송까지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 SK텔레콤은 2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30%를 5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SK그룹
다만, SK텔레콤의 이러한 행보에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독점력은 공정경쟁을 훼손하고 시장을 황폐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은 2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30%를 5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이번에 인수하는 30% 외 CJ 오쇼핑의 CJ헬로비전 잔여 지분 23.9%은 향후 양사 간 콜·풋 옵션 행사를 통해 인수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지분 인수와 함께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을 추진한다. 합병 비율은 'CJ헬로비전: SK브로드밴드 = 1: 0.4756554'이다. 합병 법인에 대한 SK텔레콤의 지분율은 75.3%, CJ 오쇼핑의 지분율은 8.4%가 된다.

SK텔레콤 측은 "글로벌 ICT 시장이 통신·미디어·디바이스·콘텐츠 등이 융·복합된 차세대 플랫폼 격전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통신에 기반한 미디어 산업을 플랫폼과 연계 발전시키는 진화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대두됐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가입자 335만 명을, CJ헬로비전은 420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합병이 끝나면 유료 방송 가입자 수가 750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KT의 경우는 IPTV인 올레tv 가입자 615만 명, 위성방송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 가입자 200만 명 등 약 815만 명을 거느리며 유료 방송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KT는 SK텔레콤과의 싸움이 불가피하게 된다.

KT 측은 "CJ헬로비전 인수를 계기로 방송 시장에서도 SKT의 지배력이 확대되며 유선에 이어 유료 방송 서비스까지 무선의 끼어 팔기 상품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LG유플러스 측 역시 "이번 CJ헬로비전 인수는 SK텔레콤의 이통시장의 시장 지배력을 통해 향후 유료방송 시장으로 확대,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고사 상태로 내몰릴 수 있고 시장 지배력의 전이 문제로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SK텔레콤은 현재 무선통신 분야에서 약 49%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CJ헬로비전의 알뜰폰 가입자 87만 명은 KT망을 통해 가입돼 있다. 이번 인수로 알뜰폰 가입자가 SK텔레콤 망으로 넘어간다면 또 다시 점유율 50% 대에 도달하게 된다.

KT 관계자는 "KT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가입자를 SK텔레콤이 관리하는 비정상적인 현상 발생, 결국 사업자 이익에 치중함으로써 고객의 서비스 편익은 뒷전으로 내몰릴 것"이라며 "SK텔레콤의 무선시장 점유율 50% 사수를 위한 무리한 인수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초고속인터넷 분야에서도 CJ헬로비전이 88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어 SK브로드밴드 가입자 500만 명과 더하면 총 가입자 수가 600만 명이 된다. KT와 LG유플러스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각각 828만 명, 344만 명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 "이번 SK텔레콤의 인수와 관련 "SK텔레콤은 시장 공고화를 위해 모든 수단을 모색할 것이고 KT는 시장 회복을 위한 다양한 수단을 강구할 것이기 때문에 시장 혼란을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과의 합병은 이동통신, IPTV, 초고속인터넷으로 운용하던 결합상품에 케이블TV까지 더해 상품 구성을 더욱 다양화함으로써 몸집을 더욱 불릴 수 있다. 이에 경쟁 업체인 KT와 LG유플러스에게는 신경을 곤두 세우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인 것이다.

한편 합병은 내년 초 SK브로드밴드 및 CJ헬로비전 주주총회에서 승인 받을 예정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SK브로드밴드는 상장법인인 CJ헬로비전에 통합되어 우회상장 된다. 인수 및 합병 완료는 내년 4월 중 이뤄질 예정이다.

SK텔레콤은 합병 법인의 주력 사업을 미디어로 전환, 케이블TV와 IPTV의 하이브리드(Hybrid)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홈 고객 기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