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일라이 릴리, 미국 생산 시설 확대 계획…단기적인 재고 확보 속도
셀트리온, 9개월 재고 선제적 비축…"약가인하 정책은 유리한 면모 있어"
[미디어펜=박재훈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2주 안에 발표할 것이라 공표한 가운데 미국 내 주요 제약사 및 글로벌 제약사들이 재고 확대 및 현지 생산 투자를 늘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과 SK바이오팜 등이 재고를 확보하면서 대응에 나서고 있다.

   
▲ 셀트리온 송도 제3공장 전경./사진=셀트리온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재고 확보 및 현지 생산 시설 확대라는 '투 트랙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방증하듯 지난 1분기 미국 내 의약품 수입은 전년 대비 97.2% 증가했으며 지난 3월은 전월 대비 70%의 가파른 상승 추이를 보였다.

다수의 제약사들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재고를 확대해 대응에 나서며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를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경우 해외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의약품의 가격이 크게 오르게 된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은 관세 부과 이전에 미국 내 재고를 늘려 관세 적용을 받지 않는 기존 재고로 일정 기간 시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 해당 전략을 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선제적으로 미국 내 재고를 확보해 둘 경우 소비자의 의료비 부담 증가와 시장 접근성 저하를 방지할 수 있으며 일정 기간이라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 중에서는 화이자가 관세 부과 가능성에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화이자는 미국 외에서 생산되는 상당한 양을 고려했을 떄 관세 실현 시 제조 시설을 미국 내로 이전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화이자도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재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화이는 미국 내 10개 제조공장과 2개의 유통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일라이 릴리도 최근 5년 내 미국에 4개의 제조공장 건설을 위해 270억 달러(약 38조17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020년부터 일라이 릴리의 누적 투자액은 500억 달러를 상회한다. 이번 추가 투자 발표도 관세 부과 전 재고 확보와 중장기적 현지 생산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머크와 존슨앤드존슨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 확대를 공식 발표했다. 이들 기업의 총 투자 금액은 2159억 달러(약 300조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이 미국으로 9개월 분량의 재고를 선제적으로 이전했으며 현지 생산시설 확보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팜의 경우 미국 내 생산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CMO(위탁생산)기업에 생산 기술을 이전하고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상태다.

◆약가인하로 소비자 부담 줄이나...국내 기업에 기회 될 수도


13일(현지시간) 미국 행정부는 관세 부과 이전에 약가인하를 발표했다. 이는 약가인하와 동시에 수입 의약품에 고율 관세를 적용해 자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고 미국 내 제조업을 확대하려는 의도다.

관세 부과로 인해 해외에서 수입되는 의약품의 가격이 오르더라도 약가인하 정책을 통해 소비자 가격 인상을 억제하려는 의도가 병행되는 것이다.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을 약가인하 정책이 상쇄하는 구조다.

한편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번 미국 행정부가 약가 인하 행정명령을 내린 것에 있어 "바이오시밀러 제조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셀트리온과 같이 미국 현지에서 바이오시밀러를 직판 중인 기업에게는 또 다른 큰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미국 정부의 구체적인 시행 절차와 정책 방향을 지속적으로 반영하면서 상황 변화에 맞춘 탄력적이고 유연한 전략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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