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대출 등 전반적 하락세…당국, 채권 정리 및 충당급 적립 유도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 3월 말 은행권 원화대출 연체율이 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연체가 소폭 증가에 그친 반면 은행들이 연체채권을 대거 정리한 덕분이다. 특히 중소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금융당국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를 이유로 추후 연체율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53%로 전월 말 0.58% 대비 약 0.05%포인트(p) 하락했다. 

   
▲ 지난 3월 말 은행권 원화대출 연체율이 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연체가 소폭 증가에 그친 반면 은행들이 연체채권을 대거 정리한 덕분이다. 특히 중소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금융당국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를 이유로 추후 연체율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통상적으로 은행권 원화대출 연체율은 분기 말 연체채권을 정리하면서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경향을 띤다. 지난해 은행권 원화대출 연체율 변동폭을 살펴보면 △3월 말 0.08%p △6월 말 0.09%p △9월 말 0.08%p △12월 말 0.08%p 각각 개선됐다. 실제 3월 신규연체 발생액은 3조원을 기록해 전달 대비 소폭 증가에 그친 반면, 연체채권 정리액은 약 4조 1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달 1조 8000억원 대비 약 2조 3000억원 급증한 수치다.

하지만 분기(3·6·9·12월) 이후 연체율은 매달 상승세를 보였다. 이번 3월 연체율 개선세를 마음 놓고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 원화대출 연체율 추이./자료=금융감독원 제공


3월 대출 연체율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기업·가계 모두 개선세를 보였다. 

우선 기업대출 연체율은 0.62%를 기록해 전월 말 0.68% 대비 약 0.06%p 개선됐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개선세가 두드러졌는데, 중기대출 연체율은 0.76%로 전달 0.84% 대비 약 0.08%p 하락했다. 중소법인 연체율이 0.80%로 전달 0.90% 대비 약 0.10%p 개선됐고,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도 0.71%를 기록해 전월 말 0.76% 대비 약 0.05%p 하락했다. 반면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소폭 상승한 0.11%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41%로 전달 0.43% 대비 약 0.02%p 하락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전달 수준인 0.29%로 집계됐고, 주담대를 제외한 신용대출 등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0.79%를 기록해 전달 0.89%에서 크게 개선됐다.

다만 올해 3월 말 연체율을 지난해 3월 말 0.43%에 견주면 여전히 약 0.10%p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기업대출 연체율은 약 0.1~0.2%p 높은 편이고, 가계대출 연체율도 약 0.04%p 높아 안심하기엔 이르다. 금감원도 은행권의 일시적 연체율 개선세에 대해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를 이유로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3월 말 연체율은 신규연체 증가에도 불구 분기말 연체채권 정리 확대 등 영향으로 전월 대비 하락했다"면서도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연체율이 지속 상승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은 적극적인 연체채권 정리 및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토록 하는 한편, 취약차주의 상환부담 경감을 위해 연체우려 차주 등에 대한 채무조정 활성화를 유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폭증하는 가계대출을 바로 잡기 위해 오는 7월 1일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조치를 계획대로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은행권과 2금융권의 주담대와 신용대출, 기타대출 금리에는 1.5%p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지방 주담대에 한정해 올 연말까지 2단계 스트레스 금리인 0.75%p를 유지하기로 했다.

당국이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만큼 향후 연체율 관리에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으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이 7월 전 대출을 마무리짓는 '막차수요'를 우려하는 시각도 상존한다. 실제 금리 인하기와 맞물려 최근 주담대를 받고 남은 DSR 한도를 신용대출로 채우려는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이에 영끌족이 혹시 모를 금리 상승기에 대응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말 589조 4300억원에서 이달 15일 기준 591조 1678억원으로 약 1조 7378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잔액도 약 1조원 이상 급증한 103조 587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신용대출의 경우 지난달 월간 증가폭 8868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신용대출이 월 1조원 이상 급증한 건 지난 2021년 7월 1조 8636억원 이후 3년 10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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