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BYD, 헝가리 공장 건설 및 유럽 현지화 전략…점유율 상승세
EU 상계관세 및 선제적 현지화 경험 국내 3사에 유리…반사 수혜 기대
[미디어펜=박재훈 기자]미국의 IRA(인플레이션 방지법)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이 조기 종료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다만 유럽에서도 중국의 CATL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전경./사진=LG에너지솔루션


2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는 IRA의 조기 종료 가능성에 유럽 내 생산거점 확대와 현지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은 미국,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힌다. 2050년 넷제로(Net-zero) 목표와 함께 전기차 보급 확대를 지속하고 있는 시장이다. 최근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유럽 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13%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오는 2029년에는 60조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문제는 유럽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국내 3사는 유럽 시장에서 한때 7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최근 CATL 등 중국 기업의 공세로 점유율이 57%까지 하락했다.

현재 그럼에도 국내 3사는 폴란드, 헝가리 등에서 생산거점을 확대하며 유럽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 주요 완성차 업체와 협력하고 있으며 2025년 말부터는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까지 확대해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 베이징 국제 오토모티즈 전시회에 설치된 CATL 부스./사진=로이터


이런 가운데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져 경쟁 구도가 명확해지고 있다. CATL, BYD(비야디) 등 중국 기업들은 유럽 현지 공장 건설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2025년 1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67.5%에 달하며 CATL과 BYD 양사의 점유율만으로도 55%를 차지한다. 

또한 BYD는 헝가리에 유럽 첫 완성차 공장을 건설하며 현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FP(리튬, 인산, 철) 기반의 블레이드 배터리와 저가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워 유럽에서 저변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CATL은 지난 20일 홍콩 주식 시장에서 상장해 확보한 재원을 헝가리 생산라인 등 유럽 현지화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 홍콩 주식 시장에서 상장한 이유는 미국의 투자 없이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것으로 미중간의 갈등이 IPO(기업 상장)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CATL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18% 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됐으며 46억 달러(약 6조4000억 원)이상을 조달했다.

중국기업들의 약진에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위축될 것 같은 분위기지만 제도 변화에 따른 유리한 면모도 존재한다.

지난해 10월부터 EU(유럽연합)는 중국산 전기차(BEV) 및 배터리에 대해 17~19%대의 상계관세를 5년 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는 장기적으로  중국산 배터리와 전기차의 가격경쟁력을 약화하고 현지 생산·조달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에 반사이익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국내 3사는 유럽 현지 생산거점(폴란드, 헝가리 등)을 이미 구축해왔고 글로벌 완성차와의 협력 경험이 많아 공급망 투명성, 탄소 규제 대응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CATL이 재원을 조달해 유럽 현지화를 한다거나 BYD가 헝가리에 공장을 짓는 것 모두 중국 내수를 벗어나 시도하는 첫 경험"이라며 "앞서 국내 기업들이 진행해왔던 현지화가 단계적인 절차를 밟은 것과 달리 중국 기업들이 현지화에 어떻게 적응할지는 두고 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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