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급증, 금감원 사칭 주의사례도
#1. 구글에서 '신규개인사업자대출'을 검색한 후 광고사이트에 연락처를 남긴 44세 남자 A씨. 사기범은 텔레그램으로 연락해 대출실행을 위해 거래내역이 필요하다며 7600만원을 편취했다.

#2. 급전이 필요한 59세 남자 B씨. B씨는 자신을 저축은행 직원이라며 정부지원 대출을 제안한 사칭범에게 대출을 신청했다. 하지만 피해자의 기존 대출처인 모 캐피탈의 사칭범은 "기존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또 다시 대출을 받는 것은 계약 위반"이라고 기망하며, 기존대출 상환 명목으로 6200만원을 편취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소득·신용점수와 무관하게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현혹하는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범죄사례가 늘고 있어, 금융당국이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최근 사기수법을 살펴보면 상담 방식, 서류 양식 등이 실제 대출과 매우 유사해 소비자들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최근 소득·신용점수와 무관하게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현혹하는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범죄사례가 늘고 있어, 금융당국이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최근 사기수법을 살펴보면 상담 방식, 서류 양식 등이 실제 대출과 매우 유사해 소비자들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금융감독원은 21일 이 같은 보이스피싱 범죄를 소개하며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최근 고금리, 경기회복 지연 등에 따라 자금이 절박한 자영업자 등 서민층을 범행대상으로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당국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보이스피싱 유형 중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41.9%로 가장 많았다.

대출빙자형 사기 중에서도 대환대출을 빙자한 사기가 급증해 주의가 요구된다.

대표적으로 인터넷에 허위·과장 저금리 대출 광고를 게시해 피해자가 연락처를 남기면 진짜 같은 상담원이 연락하는 사례다. 사기범은 유튜브·인스타그램 외 포털사이트 등에 '서민금융' '저금리' 등을 검색하면 노출되게끔 가짜 대부광고를 게재한다. 피해자가 댓글 등을 통해 가짜 사이트에 접속해 연락처를 남기면 금융회사 상담원으로 위장한 사기범이 전화·텔레그램·카카오톡 등으로 접근한다. 가짜 상담원은 금융회사 직원 명함, 깔끔한 증명사진 등을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하고, 정교하게 위조된 대출 신청서류도 제시해 착각을 일으킨다.

그러면서 사기범은 휴대폰에 대출 전용 앱, 보안 앱 등의 명목으로 금융회사 앱 또는 보안 앱을 가장한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한다. 특히 보이스피싱 주의 필요성을 먼저 언급하며 피해자를 안심시키는 치밀함도 보인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보안이 강화되자, 공식 앱스토어에서 '원격제어앱'을 설치하게 한 후, 사기범이 직접 피해자 휴대전화를 제어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사기범은 대출신청 절차가 마무리되면 신용점수가 낮거나 거래실적이 없어 '보험료'·'공탁금' 등을 선입금해야 대출이 승인된다며 입금을 유도한다. 피해자가 이미 타 금융사의 대출이 있을 경우에는 기존대출의 상환이 필요하다며 피해자의 자금을 편취한다. 이 과정에서 사기범은 피해자에게 금융사 명의가 아닌 계좌 입금, 현금전달 등을 유도한다. 또 피해자의 현금출금이나 이체 시 금융사의 문진을 무력화하기 위해 자금 사용처 등에 대한 답변도 사전 교육한다.

이 같은 고도의 사기행각에 맞서 금감원은 소비자 주의사항 및 대응요령도 소개했다. 

우선 인터넷 광고를 통해 대출을 신청할 경우 등록업체 여부를 금감원 홈페이지에서 반드시 확인하고, 확인되지 않으면 함부로 연락처를 남기지 말 것을 권고했다. 광고에서 △서민금융 △정부지원 등의 용어가 있을 경우 반드시 공식 사이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신원이 불명확한 상대방이 텔레그램,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한 대화를 유도하는 경우도 각별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최근에는 사기범이 금감원 카카오톡을 사칭해 금융거래법 위반을 거론하며 대화를 유도하는데, 기관인증 마크가 없는 금감원 알림톡은 100% 사기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출과정에서 앱 설치 요구시 무조건 거절하고 대출절차를 중단하라고 당부했다. 동시에 ID·비밀번호·인증주소 등은 절대 공유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또 사기범에게 속아 금전을 이체한 경우에는 신속히 경찰이나 송금한 금융회사 콜센터로 연락해 지급정지를 요청하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불법 사금융업자 사이트에 대한 광고 차단 등 대응조치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금융업권 및 서민금융진흥원 등과 공동으로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한 맞춤형 홍보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