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조기 종료·리스 세액공제 폐지 등 IRA 인센티브 축소 본격화
상원 표결 앞두고 온건파와 강경파 대립…조항 수정 가능성도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법안이 미 하원을 통과하면서 전기차 보조금 등 청정에너지 세액공제를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조항 손질이 눈앞에 다가왔다. 법안이 상원까지 통과해 입법이 완료될 경우 그에 따른 완성차 업계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 하원은 22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감세 법안을 찬성 215표, 반대 214표로 통과시켰다. 민주당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고, 공화당 내에서도 일부 이탈표가 나왔지만 법안은 간신히 문턱을 넘었다.

트럼프식 감세안은 2017년 세제개편 조항의 연장과 신규 소득공제 도입 등을 포함하고 있다. 감세로 인한 세입 감소가 재정적자 확대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 속에, 재정 보전을 위한 IRA 내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축소가 병행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조항들이 대폭 손질되면서 한국산 전기차의 북미 가격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 IRA 보조금 축소 수순…'리스 우회 전략'도 차단

법안은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를 공제해주는 '30D' 항목의 종료 시점을 2032년에서 2026년으로 앞당기고, 혜택 대상도 누적 판매량 20만 대 이하 제조사로 제한했다. 이미 기준을 초과한 테슬라, 포드, GM 등은 물론 국내 주요 완성차 브랜드도 기준선에 근접한 상황이어서 내년부터는 일부 브랜드가 사실상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산 전기차가 북미 내 보조금 요건을 우회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온 '리스·렌터카 전용 세액공제(45W 조항)'도 올해 말까지만 인정된다. 이 조항은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이나 배터리 원산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상업용 차량에 한해 공제를 허용해왔지만, 이마저 폐지되면 국내 완성차의 IRA 우회 전략도 사실상 막히게 된다. IRA 인센티브를 바탕으로 한 북미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보조금 축소가 곧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수요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J.D.파워에 따르면 미국 내 전기차 평균 거래 가격은 현재 약 4만5600달러이며, 보조금 폐지 시 평균 5만1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 이에 따라 중산층 소비자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전기차 보급 속도도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 공은 상원으로…트럼프 "가장 중요한 법안 중 하나로 기록될 것"

법안은 현재 상원 심의 단계에 있다. 재정 보수주의를 내세우는 강경파와 지역 산업 보호를 중시하는 온건파 간 입장 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세액공제 실질 수혜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되며, 메디케이드 삭감 등 사회안전망 축소 조항을 둘러싼 논의도 격화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상원에서는 재정 균형을 중시하는 공화당 강경파가 재정적자 축소를 이유로 메디케이드와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축소를 주장하는 반면, 정치적으로 취약한 지역구를 둔 온건파는 이에 반대하며 일부 조항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원 표결 과정에서 일부 조항이 수정되거나 통과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상원 의석 분포는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이다. 민주당이 전원 반대할 경우 공화당은 내부 이탈 없이 51표 이상을 확보해야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 일반 법안의 경우에는 민주당 일부의 협조가 필요한 60표가 기준이지만, 이번 감세안은 예산 조정 절차를 통해 필리버스터 없이 처리될 수 있어 공화당 내 결속이 관건이다.

법안이 현재 형태로 통과될 경우 국내 완성차 업계는 북미 전략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다. IRA 인센티브를 전제로 수조 원을 투입한 현대차·기아 등은 보조금 축소로 인해 북미 공장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투자 회수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 공급망 재편, 가격 전략 조정 등 다방면의 리스크 대응이 요구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감세 공약과 연방정부 지출 삭감 등을 담은 이른바 '메가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자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며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과 지도부의 훌륭한 업무에 감사하며, 이 역사적인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모든 공화당 의원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법안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며 상원의 신속한 처리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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