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웅산 수치 여사가 10일 BBC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헌법 때문에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면 ‘대통령 위의 지도자’가 되겠다며 실질적으로 국정을 좌우하는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기존 계획을 재확인했다./사진=연합뉴스TV 방송 캡처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미얀마 총선에서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압승을 이끈 아웅산 수치 여사가 헌법 때문에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면 ‘대통령 위의 지도자’가 되겠다며 실질적으로 국정을 좌우하는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기존 계획을 재확인했다.

수치 여사는 1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외국인 자녀 때문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해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더라도 여전히 향기로울 것(a rose by another name·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이 같은 발언은 대통령 직함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대통령처럼 국가 권력의 정점에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이날 BBC 인터뷰에서 "필요한 대로 대통령을 찾겠지만 내가 집권당 지도자로서 모든 사안을 결정하는 데 (대통령이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 때문에) 방해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2008년 헌법을 개정해 외국인을 배우자로 두거나 외국 국적으로 자녀를 둔 국민은 대통령에 출마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수치 여사는 중대한 결정을 책임지는 실질적 지도자가 되겠다고 밝혔으나 이 같은 계획이 대통령의 임무와 관련한 헌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얀마 헌법은 대통령이 다른 어떤 국민보다 우선한다는 조항을 지니고 있다.

수치 여사는 사실상 수렴청정인 이 같은 조치가 공정하냐는 질문에 "나는 투명성과 책임감의 가치를 믿는다"며 "이 문제를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치 여사는 이번 총선에서 NLD가 전체 664석 가운데 75%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군부에 할당된 25% 의석인 166석을 제외한 선출 의석을 거의 모두 차지해 단독정권을 수립할 수 있는 압도적 승리를 의미한다.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는 현재 선출대상 의석 498석 중 50여 개 의석의 결과만 발표했다. NLD는 선관위가 결과를 왜곡하려고 의도적으로 발표를 늦추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사실은 자명하나 의회에 많은 의석이 할당돼 있고 국방부·내무부·국경경비대 등 안보 관련 부처를 장악하고 있어 군부가 쉽게 권력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진다.

이에 대해 수치 여사는 "시대가 변했고 사람들도 변했다"며 1990년 총선 승리가 무산될 때처럼 군부가 국민을 억압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