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국내 패션업계가 리커머스(중고 거래)를 둘러싸고 새로운 격전지에 뛰어들고 있다. 중고 의류 시장 규모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브랜드·플랫폼이 직접 수거·검수·재판매를 수행하는 ‘기업형 리세일 모델’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무신사와 LF가 각각 플랫폼 기반 확장형, 자사 브랜드 충성도 강화형 전략을 앞세워 고객 락인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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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F와 무신사는 리커머스를 통해 고객 락인 전략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엘리마켓(왼쪽)과 무신사 유즈드 서비스 사진./사진=각 사 제공 |
15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약 4조 원에서 2023년 26조 원으로 6배 이상 확대됐으며, 올해는 약 43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패션·의류 카테고리는 업계 추산 5조6000억 원 안팎을 차지하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LF는 지난 9월 자사 브랜드 중고거래 플랫폼 엘리마켓을 공식 출시했다. 고객이 의류를 보내면 수거–검수–등급 분류–재판매까지 LF가 전 과정을 수행하고, 보상은 LF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엘리워드’로 지급된다.
엘리마켓은 출범 두 달 만에 이용자 2만 명, 등록 상품 6만 개로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엘리워드 소진율이 73%에 달해 보상이 다시 신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순환 소비 구조가 안착한 것으로 분석된다. LF 관계자는 “검수 기준을 엄격히 운영해 중고 상품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를 동시에 관리하고 있다”며 “리커머스는 단순 중고 판매가 아니라 LF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적 사업”이라고 말했다.
무신사는 올해 8월 중고거래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MUSINSA USED)를 런칭했다. 유즈드는 고객이 '유즈드백'에 중고 의류를 담아 보내면 촬영, 상품 케어, 검수, 게시물 작성, 발송까지 전 과정을 무신사가 대행하는 방식이다.
서비스 런칭 후 3개월 동안 판매자수 전월 대비 71% 증가(10월 기준), 구매자 수 40% 증가, 거래액 30% 이상 증가, 등록 상품 수 13만 개 돌파(11월 말 기준)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중고 거래 과정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검수 자동화·가격 산정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판매 증가 → 상품 확장 → 구매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커머스 시장이 부상하는 배경에는 △고물가로 인한 실속 소비 확산 △지속가능성·ESG 중심 가치 소비 확대 △브랜드 직접 검수·품질 관리를 통한 신뢰도 상승 △중고 보상 포인트가 재구매로 이어지는 락인 효과 등이다. 과거 개인 간 거래(C2C)였던 중고 의류 시장은 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B2C 기반의 리세일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리세일은 이제 '중고를 파는 채널'이 아니라 소비자를 다시 플랫폼과 브랜드로 데려오는 회수장치"라며 "패션 기업의 핵심 전략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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