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3사, 설계·생산·안전으로 갈린 전략
조기 인도·도크 회전율이 수주 경쟁력 가른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한국 조선업계가 스마트 조선소 전환을 적극 강화 중이다. 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빅3’는 각각 생산공정 최적화, 안전·글로벌 확장, 설계 자동화를 핵심 축으로 한 스마트 야드 전략을 고도화 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러한 움직임이 조기 인도와 수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한화오션이 최근 조기인도한 대형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WTIV) 시운전 모습./사진=한화오션 제공

1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생산 현장 중심의 스마트 조선소 전략에 방점을 찍었다. HD현대로보틱스와 지난 17일 생산공정 자동화 및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다. 

이는 HD현대가 추진 중인 ‘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단순 자동화 설비 도입을 넘어 공정 전반을 데이터로 통제·최적화하는 것이 목표다.

양 사는 주요 생산라인에 맞춤형 로봇, 비전 시스템, AI 분석 기술을 적용해 실제 조선 현장에서 검증하고 이를 표준 공정 모델로 확산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공정 편차를 줄이고 작업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생산성 향상과 공기 단축 효과를 노린다. 

한화오션은 2024년부터 안전과 글로벌 확장을 결합한 스마트 조선소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내년까지 약 1600억 원을 투자해 거제 조선소를 스마트 조선소로 전환하고, AI 기반 안전 모니터링과 ICT 통합 관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생산 자동화뿐 아니라 작업자 안전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결합해 대형 사고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스마트 야드 모델을 국내에만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도 확대 적용한다는 점이다. 한화오션은 이를 통해 글로벌 생산 거점 간 공정 표준화와 안전 관리 수준을 끌어올리고 향후 해군 함정 및 MRO(정비·수리·운영) 사업과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설계·데이터 중심의 스마트 조선소 전략을 앞세웠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0월 조선해양업계 최초로 설계·생산 자동화 플랫폼인 S-EDP(SHI-Engineering Data Platform)를 공개하고 업무 체계 전반의 혁신 구상을 제시했다. 

S-EDP는 설계 데이터가 자동으로 저장·공유되는 웹 기반 플랫폼으로, 다수 부서와 협력사가 동시에 접근해 실시간 협업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도면과 문서, 계산서 작성까지 자동화해 기존 문서·도면 중심 업무에서 데이터 기반 업무 체계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설계·구매·생산 전 단계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구축하고 2030년까지 설계 자동화율을 현재 대비 두 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 3사의 스마트 조선소 전략이 생산공정 최적화, 안전과 글로벌 확장, 설계·데이터 중심 등으로 뚜렷하게 갈리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자동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기 인도 역량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과거 스마트 조선소는 인력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주로 논의됐지만, 최근에는 LNG운반선, 해양플랜트, 특수선 등 고부가 선종을 중심으로 수주 경쟁이 심화되면서 공정 예측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생산 자동화와 설계·데이터 연계가 고도화될수록 공정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져 대형 프로젝트에서도 일정 신뢰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조선소를 통해 공정 예측력이 높아질 경우 발주 단계에서 보다 공격적인 납기 제안이 가능해지고 옵션 발동이나 후속 물량 수주로 이어질 여지도 커진다. 

여기에 조기 인도가 현실화될수록 도크 회전율이 높아져 추가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물리적 여력도 함께 확대된다는 점이 조선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도크는 한정된 생산 자산인 만큼 일정이 앞당겨질수록 동일한 설비로 더 많은 선박을 건조할 수 있다. 이는 곧 생산 능력 확충 없이도 수주량을 늘릴 수 있는 구조적 효과로 이어진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고부가 선종 위주의 수주 전략을 펼치는 국내 조선사들에게 수주량 확대와 장기 계약 확보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동일한 사양과 가격 조건에서도 납기 이행 능력과 과거 인도 실적이 수주 결과를 좌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공정 관리가 결합되면 작업 편차를 줄이고 공정 간 병목 구간을 조기에 조정할 수 있다”며 “스마트화 수준이 높을수록 공정 리스크를 정량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발주처와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기 인도 경험이 누적될수록 신뢰가 쌓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추가 수주와 장기 파트너십으로 연결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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