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어떤 얘길 나누느냐가 중요...만남 자체는 문제 없어"
쿠팡 인사 개입 의혹에 "내 이름 팔지 말라고 대관 업무 주의 준 것"
사세행, 업무방해 및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경찰에 김병기 고발
김병기, 문진석 거취 논란에 "실수했다고 공 세운 장수 목 못 쳐"
[미디어펜=김주혜 기자]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잇따른 악재가 터지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져들고 있다.

인사 청탁 논란을 빚은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의 거취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김병기 원내대표까지 지난 9월 쿠팡 관계자들과 호텔에서 고가의 오찬을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쿠팡 측과의 오찬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정상적인 의정 활동으로 문제없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쿠팡을 만난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며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12.18./사진=연합뉴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지난 9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의도의 한 호텔 식당에서 박대준 당시 쿠팡 대표 등 임직원들과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쿠팡 측이 결제한 식사비가 70만 원에 달한다는 의혹과 함께 김 원내대표가 자신의 보좌관 출신인 쿠팡 임원에 대한 인사 불이익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확인해 보니 내가 먹은 파스타값은 3만 8000원이었다"며 "영수증과 확약서를 내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라고 해명했다.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내 이름을 팔고 다니지 말라고 대관 업무 주의를 준 것"이라며 "그 사람들과는 말도 섞지 말라고 했다. 좋고 말고가 아니라 인연을 맺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김 원내대표는 국정원 후배로 상당히 강직한 친구"라며 "정치인은 사람 만나는 게 직업이고 소통이다. 절대 일탈된 행위를 할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두둔했다.

하지만 논란은 법적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이날 김 원내대표를 업무방해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현직 원내대표라는 지위를 이용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를 저질렀고 고가의 식사를 제공받아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당초 원내지도부를 둘러싼 잡음은 문 수석부대표의 인사 청탁 사건에서 비롯됐다. 문 수석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당시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며 인사 청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문 수석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부적절한 처신 송구합니다. 앞으로 언행에 더욱 조심하겠습니다."라는 짧은 글을 올린 바 있다.

김 원내대표는 문 수석부대표의 거취 논란을 의식해 선긋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서 공을 세운 장수의 목을 쳐야 하느냐"며 "인사를 전공한 내 인생관과 맞지 않는다. 다시 공을 세울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해 문 수석의 유임 방침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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