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환경을 인식하고 판단, 제어하는 '피지컬 인공지능(AI)'이 로봇을 비롯해 제조, 물류 산업까지 확산하면서 차세대 AI 경쟁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 생각하는 AI를 넘어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움직이는 AI로 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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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머노이드형 인공지능(AI) 로봇 사진./이미지 생성=뤼튼 |
19일 업계에 따르면 피지컬 AI는 기존의 데이터 기반 추론 중심 AI와 달리 시각·촉각·위치 등 다양한 센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합하고, 물리적 제약 조건까지 고려해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센서 기술, 로봇 제어, 엣지 컴퓨팅, 학습형 제어 알고리즘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피지컬 AI를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삼고 관련 기술과 사업 적용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집 안 환경을 인식하고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집사 AI 로봇 '볼리'를 개발 중이다.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이었지만, 소비자 AI 경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출시 시점은 다소 지연되는 분위기다.
볼리는 이동성과 센서 기반 인지 능력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이해하고 가전·사물인터넷(IoT) 기기와 연동해 물리적 공간에서 직접 행동하는 피지컬 AI 가전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AI를 화면 속 기술이 아닌, 생활 공간 전반에서 작동하는 존재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LG전자는 산업 현장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영역에서 로봇 제어·자동화 기술 연구개발(R&D)을 지속하며, 실제 제조·물류 환경에서 작동하는 AI 기반 시스템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물리적 설비와 결합된 AI가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고 공정을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기술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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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광모 LG 대표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로봇 개발 스타트업 '피규어 AI(Figure AI)'에 방문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사진=LG 제공 |
산업 현장에서도 피지컬 AI 도입은 빠르게 늘고 있다. 제조 분야에서는 디지털 트윈과 실시간 센서 데이터를 결합해 설비를 자율적으로 제어하는 스마트팩토리가 확산되고 있으며, 물류 현장에서는 복잡한 동선과 장애물을 스스로 판단해 이동하는 자율이동로봇(AMR)이 상용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재난 대응과 안전 관리 분야에서도 인간 접근이 어려운 환경에서 피지컬 AI 기반 로봇의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시장 유망성도 높다. 업계에서는 피지컬 AI 관련 시장이 제조·로봇·물류·가전뿐만 아니라 의료까지 다양한 산업과 맞물려 2030년까지 수백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드웨어 경쟁력을 갖춘 기업일수록 AI 모델과 물리 시스템을 통합하는 역량이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내년 초 열릴 CES 2026에서도 주요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 중심의 전시에서 한 단계 나아가, 실제 공간에서 움직이고 작동하는 피지컬 AI 시연이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AI가 얼마나 똑똑한지를 보여주는 경쟁에서, 현실 세계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증명하는 경쟁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경쟁의 다음 단계는 모델 성능이 아니라 물리 환경에서의 신뢰성과 안정성"이라며 "피지컬 AI는 개념을 넘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고, CES 2026을 기점으로 관련 기술과 사업 경쟁이 더욱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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