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법이 통과되려 하니 예규 소동...사법부의 현주소 증명"
송언석 "사법부 고육지책...이제 별도 법안을 만들 이유 사라져"
법조계 "위헌이라면 이런 예규도 못 나와" vs "논란 불식시킬 예규"
[미디어펜=김주혜 기자] 대법원이 국가적 중요 사건을 신속하게 심리하기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 예규'를 제정하겠다고 전격 발표하자 정치권이 '내란전담재판부' 입법을 놓고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부가 입법권에 제동을 걸기 위해 '뒷북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맹비난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반헌법적 입법 폭거'가 멈춰야 한다고 맞섰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형법상 내란·외환죄 등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 설치 예규'를 제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민주당이 연내 입법을 목표로 추진해 온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에 대응해 사법부 스스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는 18일 열린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대법원. 2025.12.18./사진=연합뉴스


예규의 핵심은 내란죄·외환죄 등 국가적 중요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전담재판부를 설치하고 무작위 배당 원칙 아래 해당 사건을 맡은 재판부를 전담부로 지정하는 것이다. 전담재판부가 사건 심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존 사건을 재배당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진작에 하시지 그랬나.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며 포문을 열었다.

정 대표는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진작 했더라면 지난 1년간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도 없었을 것"이라며 "8·15 해방 이후인 8월 16일부터 독립운동을 한 '8·16 독립운동가'처럼 뒷북 치는 꼼수 조치를 누가 믿겠느냐"고 직격했다.

특히 "입법부인 국회에서 전담 재판부를 만든다고 하니까 반대하는 것은 입법권 침해 아닌가"라며 "오히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왜 필요한지를 극명하게 증명하는 사법부의 현주소"라고 일갈했다.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12.19./사진=연합뉴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최고위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전담재판부가 위헌 시비에 휘말릴 수 있으나 이를 고집하지 않고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론을 앞두고 있다"며 "언론은 '졸속 강행'이라고 비판해왔지만 국민을 분노와 혼란에 빠뜨린 사법부의 태도에 대해서는 한마디 질타도 없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국회에서 통과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내용을 잘 살펴 예규에 빈틈이 없도록 준비하길 바란다"며 "민주당은 법률로 안정성을 확보해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법원의 결단을 반기며 민주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반헌법적 법안 추진에 대응한 대법원의 고육지책"이라며 "사법부 스스로 방안을 내놓은 만큼 이제 별도의 법안을 만들 이유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민주당식 내란전담재판부는 사실상 무작위 배당이 아닌 윤석열 전 대통령과 관련자 재판만을 겨냥한 처분적 법률"이라며 "헌법과 상식의 범위 내에서 선제 조치를 한 대법원 예규에 따라 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법원의 전담재판부 추진과 민주당의 내란특별전담재판부법 강행에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2.19./사진=연합뉴스


한편 대법원의 내란전담 예규 발표와 민주당 법안의 위헌 논란을 둘러싸고 법조계 내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장윤미 변호사는 이날 YTN라디오 '더 인터뷰'에서 "법원에서는 처음엔 전담재판부도 위헌인 것처럼 얘기했는데, 진짜 위헌이라면 이런 예규를 만들 수 없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장 변호사는 "원래 민주당은 당내에서 계속 논의했던 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려고 했다"며 "그런데 그 직전에 예규를 내니 '입법권에 제동을 걸려는 건가' 하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송영훈 변호사는 "애초에 민주당이 '내란특별재판부'를 만들려다 '헌법상 특별법원은 군사법원에만 허용된다'는 반대에 부딪혀 '내란전담재판부'로 명칭만 바꿨다"며 "당초 전담재판부 추천위원에 국회가 참여하도록 한 것도 위헌성 논란을 키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법관들의 일정한 정치적 성향에 대한 평가가 있는 만큼 그런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안이 이번에 대법원에서 나온 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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