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7000억원 투자해 롯데뉴욕팰리스 호텔 부지 인수…안정적 운영 기반 확보
비핵심 자산 구조조정 속 대규모 투자…신동빈 ‘선택과 집중’ 전략에 호텔도 안착
호텔사업 성장세 지속…상징적 자산으로 브랜드력 높여 ‘에셋 라이트 전략’ 탄력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월세(임차료) 리스크를 끄고, 글로벌 자산 가치를 켠다.”
유통과 화학 등 그룹의 주축이 흔들리는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텔'을 통한 정면 돌파에 나섰다. 롯데가 뉴욕의 상징인 '롯데뉴욕팰리스' 부지 인수에 7000억 원을 베팅한 것은 단순한 부동산 쇼핑이 아니다. 이는 막대한 임차료 부담을 털어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맨해튼 한복판에 롯데의 깃발을 꽂아 글로벌 위탁경영(Asset Light)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신 회장의 치밀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 미국 뉴욕 맨해튼 '롯데뉴욕팰리스' 호텔 전경./사진=롯데지주 제공


19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롯데호텔앤리조트(이하 롯데호텔)는 롯데뉴욕팰리스 부지를 4억9000만 달러(한화 약 7000억원)에 매입하며 호텔을 온전히 소유하게 됐다. 롯데호텔은 지난 2015년 ‘더 뉴욕 팰리스 호텔’을 인수하고 ‘롯데뉴욕팰리스’로 이름을 변경해 운영해 왔다. 인수 당시엔 건물만 매입하고 토지는 임차하는 구조였다.

롯데뉴욕팰리스 호텔 부지는 25년마다 임차료를 갱신하는 구조로, 25년 전과 비교해 뉴욕 맨해튼의 토지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이번 임차료 갱신 시 큰 폭의 임차료 인상이 예상됐었다. 하지만 해당 부지를 소유한 뉴욕 카톨릭 대교구가 최근 부지 판매 의사를 타진했고, 롯데호텔이 부지를 인수하면서 임차료 상승 리스크를 해소하게 됐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호텔이 있는 뉴욕 맨해튼이라는 땅의 특성 상 임차료가 계속해서 상승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호텔사업은 객실 수가 정해져 있어 제조업과 달리 매출에 상한이 있다”면서 “임차료가 매출 상한 수준을 넘으면 영구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없게 되는 만큼, 이번 기회를 맞아 부지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는 신동빈 회장이 강조해 왔던 ‘선택과 집중’ 경영 기조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롯데는 지난해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이후 부동산 등 비핵심 자산을 정리해 왔다. 구조조정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호텔 부지 인수에 7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가 단행됐다는 점에서, 신 회장이 호텔사업을 롯데가 집중해야 할 ‘핵심 사업’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다.

롯데호텔은 지난 2010년 러시아 모스크바를 시작으로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미국, 미얀마 등 공격적인 해외 확장을 지속했으나 수익성 면에선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롯데뉴욕팰리스에서만 313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할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호텔사업이 외국인 수요 회복에 힘입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돈만 쓰는 계륵’ 취급을 받던 해외 호텔도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건물 등을 직접 매입하는 직접 투자 방식 대신, 투자 부담이 덜한 위탁 경영 방식으로 전환하며 적극적인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호텔의 이번 부지 인수가 호텔 위탁 경영 확대에 발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팰리스 호텔은 뉴욕 최초의 5성급 호텔로 맨해튼의 상징 중 하나로 꼽혀 왔다. 롯데가 미국을 대표하는 유명 호텔 전체를 소유·운영한다는 점은, 호텔 위탁 경영에 있어 롯데의 운영능력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지표로 작용할 수 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롯데호텔이 10여년 넘게 해외 사업을 확대해 왔지만, 여전히 글로벌에서 롯데호텔이 지닌 브랜드 파워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미국 핵심 호텔을 소유·운영하는 기업이라는 상징성은 롯데 브랜드 파워를 한층 강화할 수 있는 요소”라고 짚었다.

롯데호텔은 프랜차이즈와 위탁 운영 중심의 ‘에셋 라이트 전략’을 해외 진출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대규모 자본 투자 없이 브랜드 가치와 운영 노하우만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호텔 사업의 구조적인 고정비 부담 경감과 수익원 다각화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위탁 경영과 호텔 프랜차이즈 사업 모두 강력한 브랜드 파워가 필수적이다.

롯데는 맨해튼에 확보한 상징적 자산이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뉴욕 팰리스 호텔’이 지닌 브랜드 가치를 내재화해 ‘글로벌 호텔 기업’으로서 롯데의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유통과 화학 등 그룹 주력 사업이 업황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은 호텔사업의 그룹 내 중요성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호텔 위탁 경영을 확대하려면 회사의 브랜드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롯데호텔만의 상징적 자산을 확보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 “뉴욕 팰리스는 오래된 업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호텔로, 관광 선진국의 선진 도시에 가장 잘 알려져 있는 호텔을 롯데가 소유했다는 점은 해외 투자자들이나 또는 잠재 호텔 오너사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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