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폰 차단 목적이라지만… 과도한 생체 정보 수집 우려
"국가와 민간 보안 역량에 대한 국민적 신뢰 충분치 않아"
통신사보단 알뜰폰이 문제... 취지 맞는 규제 시행해야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최근 보이스피싱이나 스캠 범죄 등이 끊이지 않자 정부가 금융 사기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로 휴대전화 개통 절차에 안면 인증 도입을 추진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중국인 문제나 민간 보안 역량에 대한 신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생체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지적이 제기된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22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른바 '대포폰' 차단을 목적으로 이동통신 3사와 알뜰폰 사업자의 휴대폰 개통 절차에 안면 인증을 추가 도입하고 오는 23일부터 시범 적용에 들어간다. 

그간에는 휴대폰 개통 시 신분증만 제출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신분증 사진과 실제 얼굴을 실시간으로 대조하는 생체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구체적으로 이용자는 개통 사이트 접속 또는 매장 방문 시 QR코드를 통해 신원 확인 페이지에 접속하게 되며, 이때 실물 신분증을 촬영해 진위 여부를 확인받는다. 이후 안면 사진을 촬영해 신분증 사진과 대조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안면 인증 시스템은 이동통신 3사가 운영하는 인증 애플리케이션 '패스(PASS)'를 통해 이뤄지며 해당 앱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될 예정이다.

오는 23일부터 내년 3월 22일까지는 시범 운영 기간으로, 이 기간에는 이동통신 3사와 43개 알뜰폰사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먼저 안면 인증이 적용된다.

◆ 알뜰폰 위주 범죄에 통신사까지 생체정보 수집… 야권 위주 거센 반발

   
▲ 사진=픽사베이 제공


정부는 대포폰을 통한 범죄 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추가적인 신원 과정에서 생체 정보가 활용되는 만큼 개인정보 침해 우려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는 인증에 사용된 생체정보는 별도 보관하거나 저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반발은 거센 상황이다.

갑작스러운 제도 시행인 것 같지만, 통신업계에 따르면 정부 주도 하에 이미 '안면 인증'을 시행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이뤄졌다. 하루 아침에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 시행 전에 필요한 사전 준비 작업을 이미 마쳤다는 뜻이다. 시범 운영을 통해 내년 3월 완전한 도입을 위한 완충 작업만 남았을 뿐 기술적 준비는 이미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도입을 위한 기술적 준비가 끝났다 하더라도 안면 인식 기술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둘러싼 의문은 여전하다. 딥페이크 이미지 등을 활용해 타인의 얼굴을 도용할 경우 이를 가려낼 수 있는지 등의 기술적 완성도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온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냐"며 "결과값만 남긴다고 해킹 위협이 사라지나. 앱을 통해 촬영하고 전송하는 그 찰나의 과정, 일치 여부를 판별하는 알고리즘 자체가 보안의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최근 시중은행의 ATM 안면 인식 결제 시스템도 허접한 사진 한 장에 뚫렸다"며 "해킹으로 개인 정보 털리는 통신사들을 어떻게 믿고 얼굴을 제공하나"라고 반문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최근 논평을 통해 "국가와 민간 보안 역량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충분하지 않다"며 "최근 국정자원 화재 사태에서 보듯 국가 전산망은 여전히 불안정하며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례가 말하듯 플랫폼 사업자의 보안망 역시 안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보이스피싱이나 스캠 범죄 등 금융사기는 90% 이상 알뜰폰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통신사까지 생체 정보 수집이 이뤄지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주장도 나온다. 알뜰폰의 경우 비대면 개통도 가능했기 때문에 사실상 본인 확인이 쉽지 않은 면이 있었다. 

통신업계 내 한 관계자는 "통신 3사가 이미 정부 주도 하에 안면 인증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 통신 업계에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기에 업계 내에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황"이라며 "해킹 우려 등 과도한 생체 정보 수집에 대한 걱정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 한국인이 범죄 온상?... 외국인 제외, 실효성 의문

이번 안면 인증 적용 대상에서 외국인 등록증은 제외되면서 정책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서는 '빈대를 잡겠다며 초가삼간을 태우는 발상'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캄보디아 납치 건도 중국인이 범죄의 중심이었다. 중국인의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서 한국인들에 대한 보안을 아무리 강조한들 범죄 조직의 뿌리를 뽑을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인 여행객들의 무지성 관광 역시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등 외국인에 대한 분별 없는 혜택은 비판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국민 대상 안면 인증 도입은) 번지수가 틀렸다"며 "보이스피싱과 대포폰의 온상은 외국인 명의 도용이나 조직적 범죄다. 이들은 이미 갖은 편법으로 규제를 우회한다"고 꼬집었다.

주 의원 역시 "외국인등록증으로 휴대폰 개설 시에는 아무 규제도 받지 않는다"며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고 힐책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은 중국인 범죄 조직이 주로 관여되는데 우리 국민만 얼굴 인증을 의무화하란 말인가"라며 "얼굴 인증 의무제는 당장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학계에서도 이번 시범 적용 대상에 외국인 등록증은 제외된 데 대해 실효성 측면에서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국제 조직화돼 있고 외국인 범죄 연루 비중이 높은 현실을 감안하면 실효성 부분에서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차원에서 이번 조치는 보이스피싱의 조직적인 범죄 구조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3월 23일부터는 모든 대면·비대면 개통 절차에 안면 인증이 정식 도입된다. 신규 개통, 번호 이동, 기기 변경, 명의 변경에 모두 안면 인증이 적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외국인 등록증·국가보훈증·장애인등록증과 같은 다른 신분증은 내년 하반기부터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