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정현석 롯데백화점 대표가 취임 약 1개월 만에 ‘대표 직속’ 전략 부서 중심의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사업 방향타를 손수 잡는다. 롯데가 헤드쿼터(HQ) 제도 폐지 후 계열사 권한을 강화한 가운데, 독립 경영 체제 전환에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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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현석 롯데백화점 대표./사진=롯데 제공 |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최근 대표이사 직속 ‘미래전략본부’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미래전략본부는 그간 각 본부에 흩어져 있던 마케팅, 인공지능(AI), 이커머스, 브랜딩 등 담당 부서를 모은 핵심 조직으로, 정 대표가 직접 본부장을 맡는다.
정 대표는 신규 브랜드 유치와 콘텐츠 발굴을 맡는 ‘넥스트콘텐츠랩’도 신설하고 대표 직속 조직으로 뒀다. 정 대표가 그간 백화점 현장 일선에서 쌓은 경험과 유니클로에서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을 성사시켰던 성과를 바탕으로 백화점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직접 이끌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기존에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던 여러 조직을 이번에 한곳에 모아서 정비한 것”이라며 “다만 기존과 달리 조직을 대표이사 산하에 둬 신임 대표가 직접 이끈다는 점이 큰 차이”라고 말했다.
1975년생인 정 대표는 롯데백화점 ‘역대 최연소 CEO’로, 이번 롯데 인사에서 ‘인적 쇄신’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25년간 롯데에 몸담아 온 ‘롯데맨’으로, 2000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롯데백화점 고객전략팀장, 영업전략팀장, 중동점장, 롯데몰 동부산점장 등을 두루 거쳤다. 특히 2020년 에프알엘코리아(유니클로 운영사) 대표에 올라 사업 구조조정과 온라인 강화로 흑자 전환을 이끈 바 있다.
정 대표가 취임 한 달 만에 조직 개편을 통해 마케팅과 온라인 전략 등을 일선에서 직접 이끌면서, 롯데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 전환에 첫발을 뗐다. 정 대표가 에프알엘코리아에서 효과적인 구조조정 성과를 거뒀던 만큼, 롯데백화점에서도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19일 롯데백화점 분당점 영업을 내년 3월 종료하기로 하면서 ‘정현석표 구조조정’이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다.
정 대표는 이번 조직 개편에서도 ‘몸집 줄이기’를 추진한다. 기존 아울렛·쇼핑몰사업본부는 폐지되고, 일부 조직은 기존 오퍼레이션본부와 합쳐 영업본부로 개편된다. 이에 따라 기존 각기 다른 본부에서 담당하던 백화점, 아울렛, 쇼핑몰 사업을 영업본부에서 총괄하게 된다. 또 나머지 일부 조직은 MD(상품기획)본부와 미래전략본부로 이관했다. 헤드쿼터(HQ) 제도 폐지에 따라 기존 롯데유통군HQ가 담당하던 업무를 일부 이관해 기존 재무 부문과 통합한 재무본부도 신설했다. 디자인센터 역시 디자인 부문으로 재정비했다.
정 대표는 롯데그룹이 추진 중인 ‘젊은 롯데’ 기조에 맞춰 조직 전반의 세대 교체에도 속도를 낸다. 롯데그룹은 최근 인사에서 60대 임원 절반을 퇴임시키고 신임 임원 수를 전년 대비 30% 늘리는 등 ‘젊은 리더십’ 구축에 힘을 싣고 있다. 이번 백화점 조직개편에서도 부문장·팀장급에 비교적 젊은 인력이 전진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HQ 체제에서 계열사 독립 경영 체제로 전환된 직후 진행된 이번 개편은 계열사 대표에게 이전보다 큰 권한이 주어졌다는 방증”이라면서 “최연소 CEO라는 젊은 리더십과 계열사에 돌아온 재무·전략적 자율권을 통해 어떤 성과를 낼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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