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새 정부 출범 후 농업 현장 전문가들이 집단지성으로 도출한 체감형 성과를 공유하고, 민·관 협치를 지속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22일 청주 오스코(OSCO)에서 개최된 ‘함께 만드는 K-농정협의체’ 성과보고회에서는 10개 소분과별로 대표과제 1개에 대한 성과를 민간위원들이 발표하고, 토론과 평가를 거쳐 3개 과제를 선정·시상했다.
K-농정협의체는 국정과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현장 농업인, 전문가, 소비자 등과 함께 모색하기 위해 지난 8월 19일 출범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류진호 한국4-H청년농업인연합회 회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그간 174명의 위원들이 국정과제 기반으로 5개 분과와 10개 소분과로 나눠 24개 주요 과제와 50여 개 세부 과제를 선정하고, 68회 170여 시간 회의를 개최하는 등 광범위한 소통 시간을 가져왔다.
이날 성과보고회에서 식량·유통분과는 ‘식량안보 제고’, ‘논타작물 재배 확대’ 등을 2개 주요 과제로 소개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9.0%로 쌀을 제외한 중요 식량작물의 경우 자급률이 낮은 편인데, 국민의 먹거리 안정과 식량안보 제고를 위해 현재의 목표치(2027년 55.5%)보다 2030년의 목표치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콩, 장립종 쌀, 벼 등 소비 기반을 반영한 타작물 수급 균형을 전략화해야 하고, 농지의 급격한 감소를 막고 식량자급 목표에 부합하는 보전 전략 등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다.
또한 국민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공급받고 있는지를 나타내기 위한 새로운 식량안보지표를 개발키로 했으며, 농업이나 농산물 생산뿐 아니라 환경 보전, 경관 개선 등의 비시장적 식량 가치 창출도 동시에 고려할 사안으로 대두됐다.
유통분과에서는 ‘농산물 안정 생산·공급 기반 마련’, ‘취약계층 등 식생활 지원’ 등 2개 주요 과제 와 5개 세부 과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농산물 수급 정책의 범위를 이전과 달리 ‘과잉생산’에서 이상기후와 고령화 등으로 인한 ‘과소생산(공급불안)’까지 확대하고, 이를 위해 품목별 민관협력 수급 거버넌스 구축, 생육 단계별 수급 관리 추진체계 마련의 필요성이 제시됐다.
농식품부는 소분과에서 제시된 의견을 종합해 12월에 ‘농산물 안정 생산·공급체계 구축방안’을 마련했고, 이를 토대로 내년 관련사업 개편과 농산물 수급계획 수립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어 미래농업·수출분과는 △혁신 소분과의 AI 기반 스마트팜 모델 조성 등 AX플랫폼 추진 방향 정립 △식품 소분과의 글로벌 NEXT K-푸드 수출 확대 대책 마련 △친환경 소분과에서는 친환경농업 확대를 위한 정책 제안서(가칭) 마련 등에 대해 발표했다.
‘AX플랫폼’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해외 진출까지 가능한 최첨단 스마트팜 선도모델 구축으로 추진방향을 설정했고, 이날 오전에는 충남 천안의 연암대학교 스마트팜 연구 현장에서 배경훈 과학기술부총리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함께 농식품 기술·산업 AX(AI+X, 인공지능과 타 분야 융합) 촉진을 위한 정책 간담회가 개최돼 협력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는 특수목적법인(SPC) 구조를 활용해 기후 대응력 제고, 연중재배, 노동력 절감 등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는 모델을 만들기로 하고 중소농까지 확산시킬 뿐 아니라 내년부터는 기존 농가도 활용할 수 있는 범용 표준 전환형 모델을 개발키로 했다.
글로벌 NEXT K-푸드 수출 확대 대책으로는 한강라면기계 등 K-푸드와 연계 가능한 제품에 대한 패키지 홍보 추진, 수출전문단지 스마트화를 통한 안정적 수출물량 확보, 해외 편의점 등 유통채널 다양화, 우수 한식당 지정 등 K-푸드 접점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친환경 농업과 관련해서는 환경개선의 효과와 공익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일반농업과의 소득차, 제한적 소비, 인증 유지의 어려움으로 인증 면적이 감소하고 있어 목표 재설정 등 정책의 틀 전환이 필요했다며 친환경 유비농업 2배 확대와 5개년 계획 세부과제 발굴 등을 과제로 들었다.
이 외에도 생산기반 확대와 수요 확대, 법·제도개선 및 조직 개편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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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정협의체 성과 인포그래픽./자료=농정협의체 |
농촌분과에서는 농촌소분과에서 △여성농 지위 향상을 위한 공동경영주 제도개선 및 특수건강검진 확대를, 에너지소분과는 △영농형태양광 도입에 대한 공감대 형성 및 햇빛소득마을 추진 방안 마련에 대해 발표했다.
그간 여성농업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농업경영체 공동경영주 문제에 대해 공동경영주가 일시적으로 취업해도 공동경영주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제도화 한 점과 내년 여성농 특수검진 예산 확대와 연령 기준 상향 및 지원 강화를 성과로 제시했다.
에너지소분과에서는 영농 활동과 태양광 발전 병행을 통해 농가소득 증대와 재생에너지 생산에 동시에 기여할 수 있는 영농형태양광 도입 필요성, 참여범위, 임차농 보호 방안 등을 논의해 햇빛소득마을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부지 확보, 부동산 담보 부담, 계통부족 문제 등을 농어촌공사가 보유한 비축농지와 저수지 활용, 발전설비를 담보로 하는 대출상품 개발, 에너지저장장치(ESS) 공급 방안 등에 대한 다양한 해결방안을 내놨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원료로 농업부산물·에너지작물의 활용 가능성이 확대돼 에너지작물 재배의 법적 근거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에너지작물의 정의 신설 등 법령 개정안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발표자는 “에너지 분과에서는 조직화가 가장 큰 도전이었다”면서 “계획 추진과 전략적인 합의도 필요하지만 공약에 대한 성과도 중요하다. 햇빛소득마을 등은 내년부터 당장 수치로 성과로 증명해내야 하는 상황으로 여러 문제가 해결돼야 하며, 한편으로는 농촌 에너지 복지도 과제도 중요하다”라고 언급했다.
농업·축산경영분과에서는 △선진국형 농가 소득·경영 안전망 구축이 농정소분과에서, △가축분뇨 에너지화 및 축산물 유통구조 개혁이 축산소분과에서 논의됐다.
농정 분야에서는 다수의 농가가 공동영농에 참여해 농지를 집적화·규모화할 수 있도록 참여 농가수에 따른 인센티브를 공동영농확산 지원사업 시행지침 반영, 필수농자재 등 지원법 제정, 농업고용인력 지원 기본계획(2026~2030) 수립 등이 성과에 반영됐다.
내년에는 역대 최대 규모 계절근로자 도입 및 공공형 계절근로도 확대, 청년농 등 예비농업인 멘토링을 시범운영, 농지에 화장실 설치를 허용하는 ‘농지법’ 개정 등이 추진된다.
축산 분야는 ‘축산업 정책기반 강화’, ‘안정적 산업기반 조성’, ‘환경친화적 축산업으로 전환’ 등이 주요 과제로 선정돼 ‘가축분뇨 에너지화’를 위한 고체연료 품질 기준 조정 등 규제 개선, 고체연료 수요 확보 및 생산설비 증축 등이 중점 진행된다.
구체적으로는 고체연료 사용 발전소 2026년 3대에서 2028년 8대로 확충, 2030년까지 연간 100만 톤의 분뇨를 발전소 통해 처리, 축산물 유통 관행 개선, 한우 도·소매가격 연동성 강화, 단기 비육 한우고기 유통 확대, 계란 중량규격 개선(왕·특·대·중·소란→2XL~S), 축산물 가격 비교 앱(여기고기) 활성화 등이 추진된다.
동물복지분과는 ‘동물학대 방지제도 강화’, ‘반려동물 영업관리 강화’ 등의 논의와 함께 사육금지제 도입을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안 마련 등 정책적인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방침이다. 특히 동물학대에 대한 방임과 방치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다.
이에 따라 죽임·상해 등 중한 동물 학대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 중 재범 위험성이 있는 자의 경우 1~5년간 동물의 소유·관리 등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동물보호법을 개정하고, 동물을 방임·방치하는 경우에도 ‘동물보호법’ 상의 적정한 사육·관리·보호 의무 위반을 적용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행정제재 조치를 도입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생산업 허가갱신제 도입과 신종펫숍 등 불법·편법 영업 규제 강화 등에 대한 제도적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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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정협의체 성과 인포그래픽./자료=농정협의체 |
이날 K-농정협의체 성과보고회에서는장려상에 혁신분과, 에너지분과, 축산분과가, 우수상에 유통분과와 친환경 분과, 농촌소득 분과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K-농정협의체는 추가 논의가 필요한 과제애는 분과 또는 과제별로 워킹그룹 등 다른 협의기구를 구성해 논의를 지속할 계획이며, 농어촌 기본소득이나 여성농업인 지위 향상 등 공론화가 필요한 과제는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로 이관해 논의를 계속 이어 나갈 계획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4개월 동안 K-농정협의체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농식품부의 일하는 방식이 현장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전과 달리 정책을 만드는 단계부터 현장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최종 단계까지 함께 논의함으로써 정책 효능감과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농식품부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현장에서 제기해 주시는 의견을 정책에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